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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ULA / PUBLIC DESIGN09 · 교육·AI·아카이브
인터뷰·기획기사 / 100

홍대신문 — 이현성 교수 인터뷰

Q1. 공공디자인은 △연령 △성별 △언어 △장애 유무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적용 분야가 다양해 보이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들이 공공디자인에 포함되는지 궁금합니다.

공공디자인의 적용 분야를 이해하려면, 먼저 공공디자인이 무엇인지를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자인(Design)이라는 단어는 15세기 이탈리아의 '디세뇨(Disegno)'에서 출발했는데 전략적 계획(Plan)과 시각적 구현(Drawing)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공디자인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의 과정을 설계하는 '전략, 계획'의 측면이 특히 중요합니다.

2016년 제정된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디자인은 공공기관에서 설치하는 공공시설물을 포괄합니다. 그 안에는 첫째, 도로, 광장, 공원, 하천 등 시민이 함께 사용하는 공공공간. 둘째, 가로등, 벤치, 안내 표지판, 버스 정류장 등 공공환경을 구성하는 공공시설물. 셋째, 안내 체계, 공공 정보 그래픽, 도시 브랜딩 등 시각적 소통 체계를 포함합니다.

홍대신문 — 이현성 교수 인터뷰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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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가 현장에서 경험한 공공디자인의 실제 적용 분야는 법적 정의보다 훨씬 넓습니다. 공공디자인연구센터와 제가 수행한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을 참고해 보면 , 도곡초등학교 어린이 눈높이 안전 디자인, 수원시 화재안전 디자인, 용산 세이프 브릿지 디자인 등 안전 영역, 부천시 공장 근로자를 위한 멘탈케어 디자인과 같은 건강·복지 영역의 공공디자인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공존을 위한 분리형 흡연 부스 넛지 디자인의 사회갈등 예방 분야, 현대백화점 면세점 ESG 공공디자인(H-gram),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안전 디자인 등 ESG·기업 연계 디자인 분야 등 공공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를 지닌 다양한 영역에서 디자인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많은 사회적 분야에서 공공디자인은 확장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공공디자인은 시설물의 형태를 디자인하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행동과 가치를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을 '형태 디자인에서 행태 디자인으로'의 전환이라고 부릅니다.

Q2. 교수님께서는 본교 산업미술대학원 공공디자인 전공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계십니다. 공공디자인을 가르치실 때 중점적으로 강조하시는 가치나 관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세 가지를 강조합니다.

첫째, '현장에서 출발하라'입니다. 공공디자인의 모든 프로젝트는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공공디자인 실험실의 프로세스도 항상 1단계가 '문제 발견: 현장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를 듣는다'입니다. 도곡초등학교 프로젝트에서 우리는 재학생 100명에게 직접 안전지도를 그리게 했습니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위험한 곳", "안전한 곳", "지저분한 곳"은 어른이 책상에서 분석한 것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20km 제한구역의 실제 차량 평균속도가 41km라는 사실도, 필드 리서치를 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겁니다. 학생들에게 항상 말합니다. "100장의 사진보다 10분의 공공공간 관찰이 더 많은 정보를 준다 "

홍대신문 — 이현성 교수 인터뷰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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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실험하고 민첩하라'입니다. 공공디자인 실험실의 핵심 철학은 '가설의 민첩한 수행과 피드백 문화'입니다. 실제로 강남구 가장 더러운 담배꽁초의 거리를 디자인으로 개선하기 위해 선택한 ‘세상에서 가장 공기 맑은 곳’ 프로젝트는 '역발상 디자인'으로, 실패할 수도 있었던 대담한 가설이었지만 실험을 통해 민첩하게 피드백을 수행하여 실증적으로 효과를 검증하였습니다. 학생들이 졸업 후 행정 현장이든 디자인 실무이든, 이 '가설-실험-검증'을 통해 혁신적인 방법을 갖추길 바랍니다.

셋째, '숫자로 말하라'입니다. "아름다운 디자인입니다"라는 설명으로는 행정에서 예산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스쿨존 인식도가 69% 향상되었습니다", "스트레스 대처력이 31% 증가했습니다", "이용자가 30% 늘었습니다" — 이런 실증 데이터가 디자인의 설득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부천 멘탈케어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WHO 삶의 질 척도, 미술치료 그림 분석, 코르티솔 측정이라는 세 가지 과학적 방법으로 효과를 검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강조합니다. "디자이너의 언어로 설득하지 말고, 숫자로 설득하라. "

결국 제가 가르치는 것은 디자인 기법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입니다. AI가 시각적 구현의 문턱을 낮춰준 지금, 디자이너의 역량은 결과물의 완성도가 아니라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가치를 발굴하고 설명하는 능력으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형태를 만드는 장인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과 공공가치 창출의 조율자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Q3. 공공디자인은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특정 계층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가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꼽힙니다. 이런 공공디자인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시는지 교수님의 견해가 궁금합니다.

공공디자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세 가지 차원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홍대신문 — 이현성 교수 인터뷰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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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공공디자인은 '보이지 않는 배려'를 제공합니다. 단차가 있는 건물 입구는 휠체어 사용자에게, 복잡한 한국어 안내문은 외국인에게, 작은 글씨의 지도는 고령자에게 각각 '보이지 않는 벽'이 됩니다. 공공디자인은 이 벽을 제거하여, 모든 사람이 같은 공간을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니라, 공공공간에서의 민주주의 실현입니다.

둘째, 공공디자인은 '자연스럽게 행동을 바꿉니다'. 전자담배와 일반담배 사용자의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흡연 부스 디자인 실험에서는 소프트 페이빙(잔디형 바닥)을 깔자, 궐련 담배 흡연자들이 출입이 자연스럽게 감소하였습니다. 불이 붙은 담뱃재가 잔디를 태울 수 있다는 무의식적 판단 때문이었죠. 바닥 재질 하나로, 명시적 규제 없이 행동 분리가 이루어진 겁니다. 이것이 넛지(Nudge)의 힘이고, 공공디자인이 사회에 미치는 가장 강력한 영향중 하나입니다. 규제보다는 유도와 배려로 사회적 행동을 바꾸는 것이 공공디자인의 가치입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경고문 대신, 쓰레기를 버리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라"

셋째, 공공디자인은 '건강까지 돌봅니다'.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는 시대에, 공공디자인은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어 시민의 정서적 안녕까지 책임지는 '사회적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부천 멘탈케어디자인 프로젝트에서 공공시설물의 디자인 개입을 통해 공장 근로자들의 다양한 정서적 수치가 임상적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수서역 플랫폼에서의 공공디자인 실험에서는 식물 기반의 Green Safe Territory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공간 이용자가 3배가 증가했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 증가하며 플랫폼의 안전까지 향상 된다는 것을 알수 있었습니다.

공공디자인은 도시를 더 공평하고, 더 건강하며, 더 인간적인 곳으로 만드는 가장 조용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홍대신문 — 이현성 교수 인터뷰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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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최근 저상 버스나 폭이 넓은 개찰구, 색약자를 고려한 지하철 노선도 등 여러 공공디자인 사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같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공공디자인의 향후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상 버스, 넓은 개찰구, 색약자 배려 노선도 등은 공공시설물 중심의 개선입니다. 매우 중요하고 계속 확대되어야 할 영역이지만, 공공디자인의 미래가 세 가지 방향으로 더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협력해서 만드는 공공디자인'입니다. 지금까지 공공디자인은 행정이 발주하여 전문가가 디자인하고 시민에게 제공하는 일방향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공공디자인은 공급자, 사용자 등이 경계가 모호하며,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핵심이 됩니다. 공공디자인 실험실에서 우리는 이미 이 집합적 참여를 실험해왔습니다. 집합적인 이해관계자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디자인의 만족도를 높이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현장에서 거듭 확인합니다. 행정·전문가·시민·기업이 함께 만드는 4자 협력 거버넌스 — 이것이 공공디자인이 할 수 있는 하나의 큰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둘째, '정책 수단으로서의 공공디자인'입니다. 공공디자인은 더 이상 도시를 꾸미는 장식만이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도구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2016년 세계 최초로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 자체가 디자인이 국가 정책을 지원하는 도구로 공식 인정받은 전례 없는 일이었습니다. 서울시 사회문제해결디자인 기본계획, 문체부 공공디자인 혁신 지원 사업 기본계획 등은 디자인이 공공정책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우리 학교 제자가 수행한 공공디자인 과제인 파주시 '모두의 순찰대' 프로젝트는 행정안전부 공공서비스디자인 우수과제로 선정되었는데 이것은 디자인이 행정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행정 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공공디자인을 예산의 마지막 집행 대상이 아닌, 정책 기획의 첫 번째 도구로 활용하여야 합니다. 공공디자인은 복지·안전·환경·교통 등 모든 정책 영역의 새로운 실행 수단으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홍대신문 — 이현성 교수 인터뷰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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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일상 속 문화로서의 공공디자인'입니다. 이것이 제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방향입니다. 공공디자인이 전문가의 영역을 넘어, 시민 모두가 자신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는 문화가 되는 것입니다. 제자들과 함께 진행한 Janes Walk Seoul 2025에서 시민들이 자신이 사는 도시를 걸으며 공공 공간을 새로운 눈으로 관찰하고 토론하는 것 자체가 공공디자인이 일상의 문화로 스며드는 과정입니다. 우리의 삶이 불편할 때 공공디자인을 찾게되는 일상의 문화로서 공공디자인이 자리잡길 바랍니다.

어쩌면 이 진정한 성공을 거두는 순간은, 비트겐슈타인의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평범하고 익숙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 라는 말처럼 시민이 '이것이 공공디자인이구나'라고 인식하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삶에 녹아들었을 때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AI 기술의 발전이 이 모든 변화를 가속화할 것입니다. 예쁘게 만드는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수준 높은 시각적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시대, 이른바 '디자인 구현물의 민주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제 디자이너의 가치는 예쁘게 만드는 능력이 아니라, 왜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야 하는지를 오케스트레이션하는 능력에 있습니다.

사회가 공공가치에 대한 추구를 멈추지 않는 한, 공공디자인은 우상향할 것입니다.

홍대신문 — 이현성 교수 인터뷰1210
CONTENTS / 전체 목차

아홉 개의 주제,
하나로 이어지는 질문.

01공공디자인의 생각1202정책을 실현하는 방법1803일상을 바꾸는 실험1104안전과 회복의 조건1105모두를 위한 디자인806지속가능한 공공의 삶1007도시를 다시 읽다1108바다와 수변의 미래1209배우고 기록하고 확장하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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