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과 경관디자인의 개념적 분리와 상호 관계에 관한 소고
- 서론: 경관과 공공디자인의 개념적 혼재
경관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은 도시 환경의 질적 향상이라는 공통의 지향점을 공유하면서도, 법적 근거와 관리 관점에 있어 본질적인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 경관법(국토교통부 소관)과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은 서로 다른 모법 체계에서 파생된 법률로서, 지방자치단체 조례 수준에서 심의 대상의 중첩이 불가피한 구조적 현실이 존재한다. 도시계획법에서 경관을 분리하고, 문체부에서 공공디자인을 별도로 제도화함에 따라, 동일 사업 대상에 대해 이중 심의가 발생하는 모순이 형성되어 있다. 본 글은 경관디자인을 물리적·시각적 표피의 관리 체계로, 공공디자인을 공공가치의 구현 체계로 구분하는 관점을 법률적 근거와 정책적 맥락을 통해 논증하고자 한다.
- 경관디자인: 물리적 경치의 관리 체계
경관(景觀)의 어원은 '볼 경(景)'과 '관찰할 관(觀)'의 결합으로, 인간의 시각을 통해 인지되는 물리적 환경의 총체를 의미한다. 경관법 제2조의 경관 정의는 본질적으로 시각적·물리적 차원의 환경 관리를 전제로 한다. 경관심의의 대상은 사회기반시설 사업(경관법 제26조), 개발사업(제27조), 건축물(제28조) 등으로 구성되며, 심의 기준은 주로 규모 단위(면적, 금액)로 설정된다. 서울시 경관조례의 경우 건축물의 경관심의 대상을 높이·층수·건폐율 등 물리적 규모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심의의 핵심 사항은 색채, 외관 형태, 주변 경치와의 조화 등 하드웨어적 측면에 집중된다. 이는 경관디자인이 도시 환경의 시각적 표피(visual surface)에 대한 관리와 조절을 고유 영역으로 삼고 있음을 방증한다.
- 공공디자인: 공공가치의 구현 체계
공공디자인진흥법 제2조 제1호는 공공디자인을 "일반 공중을 위하여 국가기관등이 조성·제작·설치·운영 또는 관리하는 공공시설물등에 대하여 공공성과 심미성 향상을 위하여 디자인하는 행위 및 그 결과물"로 정의한다. 주목할 점은 공공디자인의 목적이 시각적 심미성에 국한되지 않고 '공공성'의 향상을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법 제2조 제2호는 공공디자인사업의 범위를 "기획·조사·분석·자문·설계 및 제작·설치·관리 등"으로 규정하는데, '기획·조사·분석·자문' 단계는 물리적 결과물의 제작 이전에 수행되는 무형적 사업 단계에 해당한다. 이는 공공디자인이 물리적 시설물의 조성에 그치지 않고, 가치 기획과 전략 수립까지를 사업의 본질적 구성요소로 인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동법 제10조(공공디자인사업 시행의 원칙)는 이러한 가치 지향적 성격을 명확히 드러낸다. 동 조항은 기본원칙으로 공공의 이익과 안전의 최우선 고려(제1호), 연령·성별·장애·국적 등에 관계없는 보편적 이용 가능성(제2호), 지역 정체성의 표현과 환경 조화(제3호), 국민 의견 수렴 및 참여적 의사결정(제4호), 관계 기관 간 적극적 협력을 통한 통합적 관점의 구현(제5호) 등을 제시한다. 이러한 원칙들은 안전, 편의, 배려, 참여, 협력이라는 공공가치(public value)의 실현을 핵심 지향점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경관디자인의 시각적·형태적 관리 관점과는 질적으로 구분되는 영역이다.
- 진흥종합계획의 정책적 맥락과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관계 구조
공공디자인진흥법 제5조에 근거한 공공디자인 진흥 종합계획은 '안전, 편의, 품격, 배려'를 핵심 비전으로 제시한다. 이 네 가지 가치는 물리적 시설물의 외관이 아닌, 해당 시설물이 공공 영역에서 수행해야 할 사회적 기능에 관한 것이다. 안전은 범죄예방디자인(CPTED)과 재난 대응을, 편의는 유니버설디자인과 접근성 확보를, 품격은 지역 정체성과 문화적 수준의 향상을, 배려는 아동친화·다문화·고령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적 설계를 각각 함의한다. 이러한 정책 프레임워크는 공공디자인이 '보이는 것'의 관리가 아니라 '보이는 것이 지녀야 할 가치'의 관리임을 선언하고 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경관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의 관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관계로 비교될 수 있다. 경관디자인은 색채, 형태, 규모, 경치와의 조화 등 시각적으로 인지되는 하드웨어적 측면을, 공공디자인은 안전·편의·품격·배려라는 가치적 요소, 즉 소프트웨어적 측면을 각각 관리한다. 예컨대 공원 조성 사업에서 외관 디자인과 주변 경치와의 조화는 경관심의의 영역이나, 시설물의 범죄예방 설계, 유니버설 디자인 적용, 아동 안전 확보 등의 공공성 요소는 공공디자인심의의 영역이다. 동일한 물리적 대상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의 심의가 이루어지며, 이 두 관점은 상호 배타적이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한다.
- 결론
경관디자인과 공공디자인은 동일한 물리적 공간을 대상으로 하되, 전자는 시각적·물리적 표피를 관리하고, 후자는 그 공간이 담지해야 할 공공가치를 관리한다는 점에서 개념적으로 구분된다. 경관법 체계가 '경(景)', 즉 눈에 보이는 경치의 질적 관리에 초점을 둔다면, 공공디자인진흥법 체계는 그 경치가 지녀야 할 안전·편의·품격·배려라는 가치적 차원의 관리에 초점을 둔다. 공공디자인진흥법이 사업 정의에서 무형적 단계를 명시적으로 포함한 것은, 공공디자인의 본질이 물리적 결과물 자체가 아닌 그 결과물에 내재되어야 할 공공가치의 기획과 구현에 있음을 법적으로 선언한 것이라 해석된다. 이러한 개념적 분리는 심의 대상의 중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양 체계의 상호 보완적 운영을 통해 도시 환경의 물리적 질과 공공적 가치를 동시에 향상시키는 통합적 관리를 가능케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