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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ULA / PUBLIC DESIGN02 · 정책·제도·공공서비스
집필·연구초안 / 027

정책디자인 공방 — 공공디자인 실험실 2.0, 3단계 실행 모델

기획111. [정책x공공디자인]

정책을 구현하는 공공디자인

정책디자인 공방(共房) ― 공공디자인 실험실 2.0, 3단계 실행 모델

정책을 지원하는 전략과 수단으로서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데까지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남은 것은 그것을 무엇으로 작동시킬 것인가다. 광진구가 준비 중인 '정책디자인 공방'은 정책 목표를 디자인 과제로 전환하고, 대안을 만들어 좁히고, 현장에서 효과를 확인하는 세 단계를 하나의 위계로 고정한 실행 모델이다.

합의된 것과 남은 것

지난 두 편에서 이 시리즈는 두 가지를 정리했다. 첫째, 제9회 지방선거 당선인 공약 1,190건은 "무엇을 지을 것인가"까지는 분명했으나 그것이 어떻게 구현되고 경험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말하지 않았다. 둘째, 정책이 실패하는 지점은 결정이 아니라 집행이며(집행 격차), 공공디자인은 그 구간을 담당할 성질 ― 구현성·체감성·임시성·효율성·공유성 ― 을 이미 갖고 있다.

정책디자인 공방 — 공공디자인 실험실 2.0, 3단계 실행 모델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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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합의된 부분이다.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 디자인 방법을 적용하는 정책디자인(Policy by Design)과 달리, 이미 결정된 정책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과정에 디자인을 전략과 수단으로 투입하는 일(Design for Policy). 이 시리즈가 다뤄 온 것은 후자다.

남은 질문은 실행의 문제다. 전략과 수단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못한다. 어떤 절차를 통해, 누구의 요청으로 시작해서, 무엇을 산출하고, 어디로 인계되는가가 정해져야 비로소 제도가 된다.

왜 다시 '실험실'인가 ― 1.0의 성과와 한계

국내에는 이미 참고할 형태가 있다. 강남구가 2019년 공공디자인 진흥계획을 통해 운영해 온 '공공디자인 실험실'이다. 담배꽁초로 지저분한 거리, 상습적 노상 흡연, 고령자 밀집 공동주택의 안전 같은 과제에 파일럿 디자인을 투입해 효과를 검증하고 확산하는 방식을,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상시 기제로 운용해 왔다. 지난 편에서 공공디자인의 효율성 ― 작게 실험하고 증거로 확산한다 ― 을 설명하며 이 사례를 들었던 이유다.

이 방식이 도달한 지점과 도달하지 못한 지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실험 자체는 작동했다. 다만 과제를 설정하는 주체가 디자인 부서였기 때문에, 실험 결과가 정책부서의 사업으로 넘어가는 경로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용산구가 이태원 사고 이후 추진한 안전디자인 실험(그린 세이프티 건널목)과 그 후속인 '용용랩'도 민관 협업 모델로서 의미가 있지만, 의제가 안전 분야로 특정되어 있고 공무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형태는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광진구가 준비 중인 모델은 이 실험실 형식을 유지하되 세 가지를 바꾼다. 실험실 모델의 다음 판본, 편의상 '공공디자인 실험실 2.0'이라 부를 만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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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제를 정책부서가 제시한다 ― 디자인 부서가 과제를 발굴해 부서에 제안하는 방향이 아니라, 부서가 자기 정책 목표를 들고 들어온다.

  • 절차가 3단계 위계로 고정된다 ― 담당자의 역량이나 열의에 따라 진행 방식이 달라지지 않도록, 각 단계의 산출물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조건을 사전에 정한다.

  • 결과가 부서 사업으로 인계된다 ― 검증 보고서와 표준안이 디자인 부서의 실적이 아니라 소관 부서의 예산 요구 근거가 된다.

세 번째 조건이 명칭에도 반영되어 있다. 공방(工房)은 장인이 만드는 방이고, 공방(共房)은 함께 쓰는 방이다. 용역을 발주하고 납품받는 관계가 아니라 정책부서 담당자가 직접 작업에 참여하는 구조라는 뜻이다.

무엇이 비어 있는가 ― 목표와 조작 변수 사이

모델의 설계 근거는 행정 현장에서 반복해 관찰되는 하나의 공백이다.

정책부서는 목표를 세우는 데 능하다. 문제는 그 목표에서 현장의 조작 변수까지 내려오는 경로가 비어 있다는 것이다. 경로가 없으므로 집행은 결국 익숙한 수단으로 회귀한다. 예산 배분, 쿠폰 지급, 계도 스티커 부착.

두 사례가 이 공백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골목상권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정책 경로로 풀면 상권 활성화 예산 편성 → 소상공인 쿠폰·상품권 배포 → 집행 종료다. 같은 목표를 디자인 경로로 풀면 이렇게 된다. 통과 동선만 발생하고 체류 거점이 없다는 사실 확인 → 가로 시설물 상단을 앉을 수 있는 높이(400~450mm)로 처리 → 체류시간 증가 → 점포 정보 접촉 횟수 증가 → 방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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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깨끗하게 한다'는 목표도 마찬가지다. 정책 경로는 무단투기 경고 스티커의 반복 부착과 계도·단속으로 이어지고, 실증 자료는 남지 않는다. 디자인 경로는 다른 질문에서 시작한다. 담배꽁초는 무엇의 부산물인가. 서 있는 시간의 부산물이다. 그렇다면 오래 서 있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이며, 손에 남은 꽁초를 버릴 지점은 시야 안에 있는가. 투기 지점이 '구멍'으로 인지되고 있지는 않은가.

두 경로는 같은 목표를 향한다. 그러나 서로의 언어를 알지 못한다. 그 결과 정책부서는 공공디자인 사업을 "디자인 부서의 사업, 나와 무관한 사업"으로 인식한다.

문제의 본질은 디자인 역량의 부족이 아니다. 두 언어를 잇는 절차의 부재다. 그리고 그 절차는 이미 디자인 분야에 존재한다. 조사에서 정의로, 정의에서 대안 개발로, 대안에서 실증과 반복으로 이어지는 디자인 프로세스가 그것이다. 정책디자인 공방은 이 프로세스를 행정이 쓸 수 있는 단위로 재편한 것이다.

3단계 위계 ― 디자인 프로세스를 행정 절차로

공방의 세 단계는 각각 담당하는 영역이 다르다. 1단계는 아직 정책의 영역이고, 2단계는 디자인의 영역이며, 3단계는 검증의 영역이다. 이 구분이 위계의 핵심이다. 순서를 바꾸거나 건너뛰면 모델이 작동하지 않는다.

  • 1단계 「풀기」解 ― 조사와 정의(Discover · Define) : 무엇을 바꿀 것인가

  • 2단계 「고르기」選 ― 대안 개발(Develop) : 어떻게 바꿀 것인가

  • 3단계 「재기」測 ― 실증과 확인(Deliver · Validate) : 정말 바뀌었는가

1사이클은 8~10주, 회차당 2~3개 과제를 병행한다. 부서 담당자는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의 작업 세션에 직접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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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풀기」― 정책 목표를 디자인 과제로 전환한다

단계의 성격

이 단계에는 아직 디자인이 없다. 형태와 색채 제안은 금지된다.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이 구간은 조사와 문제 정의에 해당하며, 넓게 벌렸다가 하나로 좁히는 첫 번째 발산–수렴 주기다. 여기서 나오는 것은 안(案)이 아니라 과제 진술이다.

이 순서를 지키는 데는 실무적 이유가 있다. 기성 사례의 형태를 먼저 보면 시지각적 관성이 작동해 원리 탐색이 그 자리에서 종료된다. 결과물은 서로 비슷해지고, 왜 작동했는지는 끝내 축적되지 않는다.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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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 범주 협소화 ― 요구 진술을 하위 유형으로 분해하고 하나로 좁힌다. "거리를 깨끗하게 해달라" 수준의 진술 상태에서 대안 산출을 시작하면 요구자와 수행자 사이에 범주 불일치가 발생한다. 기존 디자인 실험이 반복해 실패해 온 가장 큰 원인이 여기 있다.

  • ② 조작적 정의 확정 ― 좁힌 결과를 측정 가능한 한 문장으로 쓴다. 반드시 한 문장이며 동사로 끝난다. 예: "빗물받이 개구부에 담배꽁초를 투입하는 행위를 억제한다." 디자인 프로세스의 용어로 옮기면 이것이 디자인 브리프의 확정이다.

  • ③ 행위 연쇄 분해 ― 목표를 달성하거나 좌절시키는 행위를 3~5개로 분해한다. '깨끗하게' 같은 상태 형용사는 행위 동사로 치환될 때까지 반려한다. 관찰 가능한 행위로 바뀌어야 손댈 지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 ④ 원리의 역환원 ― 국내외 참고 사례를 볼 때 형태를 기술하지 않고 작동 원리를 텍스트로 되돌린다. "왜 이 색인가, 왜 이 개폐 구조인가, 왜 이 어휘가 선택되었는가." 재적용 가능한 원리 목록을 만드는 작업이며, 형태 모방을 차단하는 장치다.

  • ⑤ 물리적 조건 확인 ― 현장에서 확인된 사실만 기재한다. 구조체 변경 가능 여부, 돌출 부재 허용 여부, 하중 조건. 제약이 확정되어야 2단계의 대안 범위가 정해진다.

  • ⑥ 개입점 정의 ― 조작 가능한 지점을 셋 이상 도출한다. 이 항목에는 "무엇을 만들지"를 쓰지 않는다. 조작 가능한 지점만 적는다.

  • ⑦ 반대급부 검토 ― 풍선효과, 배제되는 이용자, 미관 저하 등 예상 부작용을 함께 적는다. 윤리적 쟁점은 이 시점에 드러나야 한다.

산출물 ― 폴리시나(Policina)

이 단계의 표준 산출물에는 이름이 붙어 있다. 폴리시나(Policina = Policy + Person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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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프로세스에서 흔히 쓰는 페르소나와 시나리오는 사람에 대한 기술이다. 그런데 공방이 다뤄야 하는 것은 "김○○ 씨의 하루"가 아니라 "이 정책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조건"이다. 그래서 대상을 사람에서 정책으로 옮겼다. 하나의 정책 목표가 현장에서 어떤 행위의 연쇄로 실현되거나 좌절되는지를 기술한 카드이며, 정책 진술 원문·조작적 정의·행위 분해·물리적 조건·개입점·반대급부·검증 가능성의 일곱 항목으로 구성된다.

정책 목표 하나당 3~5종을 쓴다. 서로 다른 실현 경로를 가진 시나리오여야 하며, 이 가운데 검증 가능성이 가장 높은 1~2종이 2단계로 넘어간다. 사람 페르소나는 보조 자료로만 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조건

조작적 정의 한 문장이 확정되고, 측정 가능한 대상 행위가 지정되고, 개입점이 셋 이상 도출되고, 예상 반작용이 기술되어야 2단계로 넘어간다. 범주가 여전히 광범위한 상태라면 1단계를 다시 수행한다. 그 상태에서는 디자인에 착수하지 않는다. 검증 가능성 항목이 비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잴 수 없는 과제는 3단계에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2단계 「고르기」― 디자인 대안을 만들고 좁힌다

단계의 성격

여기서부터 디자인의 영역이다. 디자인 프로세스로는 아이디에이션과 콘셉트 개발, 그리고 프로토타이핑에 해당한다. 두 번째 발산–수렴 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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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백지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축적된 목록에서 조합하고, 목록에 없는 것만 새로 만든다. 이것이 이 모델이 일회성 실험과 갈라지는 첫 번째 지점이다.

절차

  • ① 디자인 변수 목록에서 후보를 추출한다 ― 제품 디자인에서 CMF(Color·Material·Finish)가 조작 변수를 정리해 주듯, 공방은 공공 개입의 조작 변수를 9개 계열 45종의 카드로 정리해 두었다. 색채·빛(A), 형태·치수(B), 재료·질감(C), 기호·문자(D), 배치·동선(E), 시간·운영(F), 사회적 상징(G), 감각(H), 기술·반응(I). 각 카드에는 처방 이름과 작동 원리와 적용 예가 붙는다. 1단계에서 정의한 개입점에 유효한 후보 8~12종을 뽑고, 각 후보마다 "왜 이 개입점에 유효한가"를 한 문장으로 밝힌다.

  • ② 전략 유형을 교차한다 ― 대안의 방향은 네 유형으로 나뉜다. 억제형(Hostile)은 부정 행위를 물리적·심리적으로 곤란하게 만들고, 유도형(Nudge)은 반대급부 사용자층을 설정해 행위자의 심리적 부담을 유발하며, 양성화형(Legitimize)은 이미 벌어지는 행위를 금지하지 않고 정돈된 형태로 수용하고, 전환형(Reframe)은 공간의 속성 자체를 다시 규정한다. 한 과제에 최소 두 유형을 교차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억제형만으로는 풍선효과가, 유도형만으로는 효과 부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 ③ 조합안을 생성한다 ― 변수와 전략유형을 교차해 15~20개의 조합을 만든다. 발산 구간이다.

  • ④ 사전 예측으로 좁힌다 ― 제작 이전에 각 조합을 효과성·수용성·비용·내구성·확산성의 다섯 축으로 점수화한다. 노란색이 나은가 빨간색이 나은가, 규제 표현이 나은가 권고 표현이 나은가를 실물 이전에 판단하는 절차다. 이 예측은 결정이 아니라 시안 축소 장치이며, 목적은 15~20안을 세 안으로 좁히는 것이다. 점수의 근거가 된 참조 사례를 함께 적는다.

  • ⑤ 시안 A/B/C를 확정한다 ― 각 시안은 서로 다른 가설을 검증해야 하며, 가설을 한 문장으로 명시한다. 세 안이 같은 요인을 검증하고 있으면 반려한다.

  • ⑥ 목업 사양을 작성한다 ― 재료·수량·단가·설치 방법·소요 시간을 표로 산출한다. 예산 상한을 넘으면 수량과 범위를 조정한 대안을 함께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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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단일안이 아니라 A/B/C인가

이 지점이 이 모델의 설계에서 가장 중요하다.

단일안을 설치하고 끝내면 "효과가 있었다 / 없었다"만 남는다. 무엇이 효과를 냈는지에 대한 요인은 남지 않으므로 다음 사업으로 이월되지 않는다. 검증 없는 종결이 기존 공공디자인 사업이 반복해 온 실패 구조 가운데 하나였다.

A/B/C 비교는 요인을 남긴다. 그리고 실무적으로 하나 더 중요한 효과가 있다. 부서는 검증 이후 세 안 가운데 하나를 골라 자기 사업으로 가져간다. 단일안을 통보받는 것과 복수안 가운데 선택하는 것은 부서 입장에서 전혀 다른 일이며, 이 선택권이 참여 유인이 된다.

목업의 수준 ― 조형이 아니라 반응을 본다

제작 수준은 의도적으로 낮춘다. 철골 구조물이나 완성도 높은 프로토타입을 만들지 않는다. 시트·스티커·폼보드 정도면 충분하다.

이 단계의 실험 대상이 조형의 완성도가 아니라 요소에 대한 반응이기 때문이다. 색이 바뀌었을 때, 개구부 형상이 바뀌었을 때, 메시지의 서술 방식이 바뀌었을 때 사람의 행동이 달라지는가를 보는 것이므로 느낌만 전달되면 된다.

이 판단은 예산 규모로 직결된다. 과제당 1,000만 원 이내를 원칙으로 하고 상한을 2,000만 원으로 둔다. 대상지도 전수가 아니라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1~2개소로 한정한다. 지난 편에서 설명한 임시성과 효율성이 실무 조건으로 번역된 대목이며, 부서가 공방을 찾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대규모 시설 투자 이전에 위험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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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조건

시안 A/B/C 각각의 검증 가설이 한 문장으로 명시되고, 목업 사양과 단가가 확정되고, 소관 부서의 현장 설치 동의가 있고, 관찰 방법과 개인정보 처리 협의가 끝나야 현장에 나간다. 가설이 없는 시안은 제작하지 않는다. 무엇을 재는지 정해지지 않은 안은 설치해도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다.

3단계 「재기」― 현장에서 효과의 요인을 확인한다

단계의 성격

디자인 프로세스로는 실증과 반복(iteration)에 해당한다. 다만 사용성 테스트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확인 대상이 사용자의 만족이나 이해도가 아니라 행태의 변화이며, 그 변화가 정책 목표의 달성 여부와 직접 연결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단계의 목적은 결과 확인이 아니라 요인 발견이다.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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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 기준선을 측정한다 ― 설치 전 최소 7일. 요일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주 단위로 측정한다. 기준선 없이 측정된 수치는 비교 대상이 없으므로 근거가 되지 못한다.

  • ② 비교 구조를 설계한다 ― 시안 A·B·C에 더해 아무 처치도 하지 않은 대조 구간을 한 곳 둔다. 대조 구간이 없으면 계절 변화나 단속 강화 같은 외생 요인과 디자인의 효과를 분리할 수 없다.

  • ③ 설치 후 관찰한다 ― 최소 14일. 초기 신기효과(novelty effect)를 배제하기 위해 1~3일차와 8~14일차를 분리 집계한다. 설치 직후의 반응만으로 판단하면 대부분의 개입이 효과 있는 것으로 나온다.

  • ④ 반작용을 관찰한다 ― 인접 20m 이내에 관찰 지점을 하나 더 둔다. 대상 구역에서 줄어든 행위가 옆 구역으로 옮겨 갔을 뿐이라면 그것은 효과가 아니다.

  • ⑤ 지표를 수집한다 ― 정량 지표(대상 행위 발생 빈도, 투기물 수거량, 구역 점유율, 체류시간, 관련 민원 건수), 정성 지표(주민 만족도, 이용자·인접 상인 인식, 미관 인식), 내구 지표(시트·부재 잔존율)를 병행한다. 지표는 사업 시작 전에 확정한다. 끝나고 나서 고르는 지표는 성과 홍보이지 증거가 아니다.

  • ⑥ 요인을 확인한다 ― 시안 간 차이를 만든 요소를 45종 코드로 되짚는다. 단일 요인 귀속이 불가능하면 조합 효과로 기술한다.

  • ⑦ 표준안과 확산 조건을 정리한다 ― 어떤 조건에서 이 결과가 재현될 수 있는지를 함께 적는다. 조건 없이 결과만 남기면 다른 현장에서 그대로 실패한다.

결과값이 아니라 요인

"A안에서 대상 행위가 ○○% 줄었다"는 결과값이다. 이 단계가 남겨야 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줄어든 이유가 색채였는지, 개구부 형상의 지시였는지, 메시지의 인과 서술이었는지, 혹은 그 조합이었는지.

요인은 45종 목록의 코드로 기록되고, 그 기록이 다음 회차 1단계의 원리 목록으로 되돌아간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 지자체 고유의 데이터베이스가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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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다. "작동하지 않은 요인"으로 기록하고 종결한다. 무엇이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기록은 다음 담당자에게 가장 값진 자산이며, 이것이 없으면 지자체는 같은 실패를 반복해서 구매하게 된다.

판단의 경계

한 가지 선이 명확히 그어져 있다. 공방은 수치와 요인까지를 제시하고, "그러므로 이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판단은 소관 부서가 내린다. 정량 지표의 설계와 정책적 해석의 최종 권한은 부서에 있으며, 공방은 디자인 전문성과 계측 절차를 담당한다.

인계도 이 원칙을 따른다. 부서는 시안·목업·검증보고서·표준안을 자기 사업 자료로 수령하고, 진흥계획 상세사업으로 문서화해 익년 예산에 반영한다. 산출물의 정책적 성과는 부서에 귀속된다.

제도가 되기 위한 조건

3단계 절차만으로는 제도가 되지 않는다. 기획안이 함께 설계한 조건들이 있다.

부서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

부서가 제출하는 서류는 한 장이다. 우리 부서가 달성하려는 목표는 무엇인가(정책 언어 그대로 쓰십시오), 지금은 어떤 방법으로 하고 있는가, 그 방법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대상 장소는 어디인가, 손댈 수 없는 조건이 있는가, 효과가 있었는지 무엇으로 알 수 있겠는가.

디자인에 관한 지식은 요구하지 않는다. 마지막 항목을 부서가 채우지 못하는 것은 정상이며, 그것을 함께 정하는 일이 1단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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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정형화해 축적한다

각 단계의 반복 작업 ― 요구 진술의 분해, 사례의 원리 환원, 조합안 생성, 영상의 행위 계수 ― 은 구두 지시가 아니라 문서화된 지시문으로 관리된다. 구두로 전달된 지시는 재현이 불가능하므로 산출물의 품질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지시문 세트는 그대로 공무원 교육 교재로 전환된다. 3개 시범과제를 통과시키며 검증한 뒤 교육용 버전으로 분기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다.

확산의 경로를 미리 정한다

2026년 시범 적용 과제는 세 건이다. 빗물받이 담배꽁초 투기 억제(치수과), 저층주거지 생활쓰레기 분리배출(청소과), 그리고 상업지 실험 트랙. 세 과제를 동일한 3단계 절차로 통과시켜 모델의 작동을 실증하고, 타 지자체 공무원 교육용 샘플 3건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세 번째 과제에서는 접근이 갈린다. 저층주거지가 전역 반복 적용을 전제한 표준화 트랙이라면, 유흥·음식업이 밀집한 상업지는 법적 규제 없이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표준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상징적 전환 전략의 실험 트랙으로 운용한다. 표준화할 것과 실험할 것을 처음부터 나누는 것 역시 절차의 일부다.

광역의 대응 ― 충남 공공 팔레트 90

같은 문제를 광역 층위에서 다룬 사례도 있다. 제2차 충청남도 공공디자인 진흥계획(2026~2030)의 '충남 공공 팔레트 9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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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 시·군 실무자 조사에서 돌아온 말들은 계획의 내용이 아니라 사용법에 관한 것이었다. 경관계획과의 차이를 모르겠다, 인력이 부족해 사업 운영이 어렵다, 참고할 자료가 필요하다, 진흥계획을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기존 계획이 국가·광역 계획을 하향 이식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문서는 있는데 쓸 수가 없었다.

충남은 계획을 더 정교하게 쓰는 대신 형식을 바꿨다. 기초조사를 거쳐 도출한 90개의 공공의제를 목록으로 제공하고, 여기에 다섯 개의 질문 ― 사업 대상지는 어떤 공간인가(Where), 핵심 이용자는 누구인가(Who), 어떤 가치를 담을 것인가(What), 어떤 유형의 사업으로 실행할 것인가(How),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Which) ― 을 붙여 조합의 문법을 만들었다. 조합이므로 하나만 바꾸면 다른 사업이 나온다. '농어촌 아차사고 예방'에서 이용자를 어린이로 바꾸면 보호구역 교차점 안전 디자인이 되고, 의제를 폭염 대응으로 바꾸면 고령 농어업인 온열질환 예방 쉼터가 된다.

보고서의 형식도 본보고서·매뉴얼북·가이드라인 세 권으로 나누고, 매뉴얼북에는 사업 발주 시 그대로 쓸 수 있는 표준 제안요청서(RFP) 형식까지 담았다. 90개 의제는 최종적으로 25개 실행과제와 50개 실행방안으로 정리됐고, 각 실행방안은 기본실행 → 선택연계 → 확산 고도화의 3단계로 읽도록 설계됐다. 예산과 인력이 적은 군은 기본실행까지만 해도 사업이 성립한다.

두 모델이 공유하는 형식

층위도 규모도 다르지만 두 모델은 같은 구조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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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합 가능한 최소 단위를 목록으로 만들어 둔다 ― 충남의 의제 90, 광진의 디자인 변수 45. 담당자가 바뀌어도, 용역이 끝나도 목록은 남는다.

  • 조합의 문법을 함께 준다 ― 충남은 다섯 개의 질문으로, 광진은 전략유형의 교차와 다섯 축 사전 예측으로. 규칙이 있어야 목록이 카탈로그가 아니라 도구가 된다.

  • 검증된 것만 목록으로 되돌린다 ― 광진은 요인 확인 결과를 45종 목록에 갱신하고, 충남은 기본실행에서 확산 고도화로 올라가는 단계를 둔다.

차이도 분명하다. 충남 모델은 사업 기획 이전에 꺼내 쓰는 도구이고, 광진 모델은 기획부터 실증까지 8~10주를 함께 가는 상시 절차다. 광역은 폭을, 기초는 깊이를 맡는다.

이미 나와 있는 산출물

모델이 문서상의 구상인지 아닌지는 산출물로 확인된다. 광진구는 2026년 7~8월에 걸쳐 부서의 정책 수요에서 출발한 다섯 개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정리했다.

정책디자인 공방 — 공공디자인 실험실 2.0, 3단계 실행 모델287
ARMULA / PUBLIC DESIGN02 · 정책·제도·공공서비스
  • 공영주차장 디자인 가이드라인 ― 색채·서체·픽토그램의 공통 규정과 폴사인부터 지면 화살표, 기둥 구역, 보행로, 횡단보도까지 14개 유형. 서울시 가이드라인(2017)과의 정합성을 유지하면서 유니버설디자인을 강화했다.

  • 미가로·보행로 디자인 가이드라인 ― 사각 교차 패턴형, 원형, 십자형, 직선형, 카펫형의 다섯 대안을 병렬 검토한다. 판단 근거가 형태가 아니라 원리라는 점이 이 문서의 특징이다. "십자 기호는 상하좌우 모든 방향으로 힘이 분산되어 특정 주행 방향성을 상실하게 만듦." 시공도 단기 적용(기존 포장 훼손 없는 알루미늄 시트)과 중장기 적용(열 융착 시트)으로 나눴다.

  • 공사장 가림막 디자인 가이드라인 ― 대형 공사 구간의 가림막을 도시 경관 자원으로 전환하는 대안들.

  • 쓰레기 투기방지 디자인 가이드라인 ― "단속·경고 중심의 디자인에서 올바른 배출 행동을 유도하는 디자인으로"를 목표로 두고, 투기 발생 공간을 전신주·기둥 주변형, 지상 배전함·설비 주변형 등으로 유형화했다. 표준화 트랙과 실험 트랙을 나누고, "작게 적용하고 행동변화를 검증한 뒤 효과가 확인된 디자인만 표준화하여 단계적으로 확산"을 추진 방식으로 명시했다.

  • 하수구 투기방지 디자인 가이드라인 ― 빗물받이 프레임을 기본형(바닥시트), 축소형(경계석 시트), 심볼형 세 가지로 정리하고, 도장 시공과 알루미늄 시트 시공의 두 구현 방식을 함께 제시했다.

다섯 건 모두 디자인 부서가 발굴한 과제가 아니라 부서의 요청에서 출발했다. 3단계 절차가 정식으로 가동되기 전에도 같은 방향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남은 과제

두 모델 모두 진행 중이며, 확인된 제약도 함께 적어 둔다.

실증 전용 예산의 비목이 없다

광진구 실무협의에서 확인된 가장 현실적인 제약이다. 별도의 실험 전용 예산은 편성되어 있지 않고, 가용 예산은 시설물 예산 범위 내로 한정된다. 소요 자체는 소재비와 관찰·분석 인건비 수준으로 크지 않다. 다만 사업비에서 떼어 쓰는 실증은 예산 조정 시 가장 먼저 삭감된다. 실증 전용 예산의 별도 계상이 다음 과제다.

정책디자인 공방 — 공공디자인 실험실 2.0, 3단계 실행 모델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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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제형 개입의 윤리

디자인 변수 45종 가운데 억제형 계열 ― 앉을 수 없게 만드는 경사와 팔걸이, 적치를 곤란하게 하는 요철 표면 ― 은 특정 이용자 집단을 배제한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제기되고 있다. 기획안은 세 가지 원칙으로 대응한다. 배제되는 집단을 사전에 명시할 것, 억제형 단독 적용을 금지하고 반드시 유도형·양성화형과 교차할 것, 억제형을 쓸 때는 대안 공간을 함께 제시할 것. 원칙이 문서에 있는 것과 현장에서 지켜지는 것은 다른 문제이며, 이 지점은 계속 확인이 필요하다.

관찰과 개인정보

영상 기반 행위 계수는 3단계의 핵심 수단이지만 동시에 촬영이다. 촬영 사실의 현장 고지, 비식별 처리, 분석 종료 후 즉시 파기를 설치 이전에 소관 부서와 서면 협의하도록 절차에 포함했다. 계수를 목적으로 하되 개인 식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선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민간 협력과 조례

소재 기업과의 원가 협력은 목업 제작비를 낮출 수 있는 경로다. 다만 민간 기부금을 받으려면 지자체의 기부금 수용 근거 조례가 먼저 정비되어야 한다. 이 제약은 다른 사례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전략과 수단은 절차로만 작동한다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은 공공디자인을 결과물의 형태가 아니라 기획·분석·운영·관리의 과정 전체로 정의한다. 국가 기본방향이 정한 다섯 영역 ― 생활안전·생활편의·생활배려·생활품격·행정지원 ― 가운데 그동안 가장 비어 있던 것은 마지막 항목이었다. 정책디자인 공방은 이 영역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형태다.

정책디자인 공방 — 공공디자인 실험실 2.0, 3단계 실행 모델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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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가 세 편에 걸쳐 말한 것은 결국 하나다. 공공디자인은 정책을 대신 만들지 않는다. 결정된 정책이 시민의 일상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전략이자 수단이다. 그러나 전략과 수단이라는 규정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정책 목표를 어떤 절차로 받아, 어떤 단계를 거쳐, 무엇을 산출해서, 누구에게 넘길 것인가가 정해져야 한다.

세 단계를 위계로 고정하고, 각 단계의 산출물과 이행 조건을 문서로 정하고, 확인된 요인을 목록으로 되돌리는 것. 정책디자인 공방이 하려는 일은 이것이며, 좋은 디자인을 한 번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디자인이 반복될 수 있는 절차를 만드는 일이다.

정책디자인 공방 — 공공디자인 실험실 2.0, 3단계 실행 모델290
CONTENTS / 전체 목차

아홉 개의 주제,
하나로 이어지는 질문.

01공공디자인의 생각1202정책을 실현하는 방법1803일상을 바꾸는 실험1104안전과 회복의 조건1105모두를 위한 디자인806지속가능한 공공의 삶1007도시를 다시 읽다1108바다와 수변의 미래1209배우고 기록하고 확장하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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