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디자인 혁신 모델 — 광진구·충남 통합 뉴스레터본
기획111. [정책x공공디자인]
정책을 위한 디자인 혁신 모델
109호는 공약내용을 통해 정책의 목표에 있어 디자인과의 관련성을 살펴보고, 110호는 정책구현에 있어 전려고가 수단으로서 디자인이 왜 적합한지 5가지 요소를 살펴봤다. 이번 호는 공공디자인을 통해 실제 정책 구현을 할 수 있는 모델 사례를 살펴본다.
왜 정책과 디자인은 함께하지 못하고 있는가?
정책과 디자인은 시작된 영역이 다른점.
행정영역과 예술영역이라는 다른 출발점이 가장 큰 차이겠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사회적 갈등이나 불편을 해소하고 공공에 이익을 만들기 위해 수립하는 방안과 실행을 정책으로 본다면 디자인은 외관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과 함께, 사용자의 요구와 잠재적 문제을 발견하여 이를 해결하고 목표를 이루는 일련의 과정과 결과물을 의미한다.
두 영역 모두 “현재 상태의 불편을 해결하여 더 나은 미래 상태로 변화시키는 설계 과정”이라는 점에서 정의와 목표가 정합성을 이루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내용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의 다양한 저서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The Sciences of the Artificial이라는 저서를 통해 디자인 정의를 "현재의 상황을 더 나은 상황으로 바꾸기 위해 일련의 행동 코스를 고안하는 사람은 누구나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Everyone designs who devises courses of action aimed at changing existing situations into preferred ones.”라고 하였는데 이 의미는 디자인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꾸미는 행위가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여 인간이 가진 제한된 합리성 안에서 최선의 해결책(만족스러운 대안)을 찾아 나가는 의사결정 프로세스라고 본것이다
허버트 사이먼은 또 다른 저서 관리행동론(Administrative Behavior, 1947)에서 "행정의 핵심은 의사결정이다"라고 정의내리며 **"행정의 과제는 개인이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조직적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정책을 만드는 일"이야말로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여 국민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려는 가장 대표적인 '디자인 활동'이 된다
정책 : 공공의 이익(공익)을 도모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
디자인 : 사용자의 경험과 행동, 심리를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여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과정과 결과물.
정책과 공공디자인은 공공에 대해 "사람(국민) 중심의 공공가치 실현"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지닌다.
허버트 사이먼의 두 저작을 통해 정책행정과 디자인의 목표나 과정이 매우 흡사함을 알 수 있는데. 현재 우리의 공공영역에서의 두 사이의 괴리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괴리는 단일한 원인이라기 보다 몇가지의 이유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개입 시점의 구조적 분리다.
현행 공공사업 프로세스에서 정책은 목표와 방향을 먼저 결정하고, 디자인은 그 결정이 확정된 이후 실행 단계에서 용역의 형태로 투입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현실의 공공영역에서의 구조는 정책 형성 단계에 디자인이 중첩될 수 없다. 이 순서의 문제는 두 영역이 맥락적으로는 동일한 목표와 전략 과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단계에 배치되어 있어 시너지보다는 괴리될 수 밖에 없다.
둘째, 성과 평가 체계의 상이함이다.
정책은 예산 집행률, 법령·조례 정비, 정량 지표 등 행정적 결과지표 중심의 평가를 받는 반면, 디자인의 성과는 대중적 반응, 심미적 완성도 등 정성적이고 담당자의 기호에 의해 결정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 두 평가 체계는 서로 다른 언어로 성과를 측정하기 때문에, 동일한 사업을 한다 하여도 정책 담당자와 디자인 실무자는 서로 다른 "성공 평가 지표"를 갖기 때문에 서로 괴리될 수 밖에 없다.
셋째, 학문적 실무적 양성 체계의 분리다.
정책,행정학과 디자인학은 서로 다른 학문 공동체, 학회, 자격 체계, 채용 경로를 통해 발전해 왔다. 이는 각 전문직이 상대 영역의 사고방식을 학습할 기회 자체를 구조적으로 제한해 왔음을 의미한다. 물론 각 영역은 전문성을 심화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공공의 목적을 공유하며 시니지를 낼 수 있는 융합적 문제해결 역량을 약화시켰다는 점도 존재하게 된다.
넷째, "디자인"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한 통념의 차이다.
정책 결정권자나 담당자에게 디자인은 여전히 외관과 형태를 다루는 마무리 단계의 치장 작업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직도 예산을 줄여야 할 때 디자인 관련 사업을 먼저 축소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는 형태를 꾸미느 치장사업이라는 인식에서 오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산업혁명 이전부터 디자인이 원래 가지고 있는 개념중 하나인 문제해결 전략으로서의 디자인 개념, 즉 의사결정 프로세스로서의 디자인이 행정학 교육과정이나 정책 실무 언어에 충분히 번역·유통되지 않았다는 점도 괴리의 한 원인이다.
정책과 디자인의 괴리는 두 영역의 목표나 정의가 근본적으로 양립 불가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개입 시점의 배치, 평가 체계의 언어, 전문직 양성의 경로, 그리고 개념에 대한 통념이라는 제도적·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한다.
정책의 효율성 향상과 공공디자인의 가치 향상, 그리고 궁극적으로 공공가치 실현이라는 목표를 위해 같은 목적을 지닌 두 영역이 함께 도울 수 있다면 어떨까?
정책목표 - '골목상권을 살린다'
* 상권 활성화 예산 편성, → 소상공인 쿠폰·상품권 배포 → 구폰 방문객 유인 조성 → 점포 방문객 증가 → 구매자의 소비 확보
공공디자인 목표 - '골목상권을 살린다'
* 상권활성화를 위한 방문객 다양화 → 전통시장 유휴공간 동네갤러리 조성 → 대학생, 예술가등 새로운 방문객 및 집객률 향상 → 점포 정보를 볼 기회 증가 → 구매자의 다양성 확보
정책 목표 - '거리를 깨끗하게 한다'
경고 스티커와 계도·단속
공공디자인 목표 - '거리를 깨끗하게 한다'
만님의 숲길을 조성
두 경로는 같은 목표를 향한다. 그런데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래서 정책부서는 공공디자인 사업을 "디자인 부서 일, 나와 상관없는 일"로 여긴다.
문제는 정책도 디자인도 아니다. 두 영역을 잇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나 절차가 없다는 것이다.
정책 구현을 위한 공공디자인 모델 사례
모델 ① 광진구 '정책디자인 공방(共房)' ― 부서와 함께 하는 정책작업실
광진구는 공공디자인 진흥계획 수립 과정에서 디자인 관련부서의 행정 수단으로서만의 공공디자인이 아니라 광진구 전체의 행정 실천 수단으로써 공공디자인을 구현하자라는 목표아래 공공디자인 진흥의 전략수단으로 '정책디자인 공방(共房)' 을 계획하고 실천에 들어가고 있다. 우리가 아는 공방(工房)은 장인이 혼자 만드는 방이다. 광진구가 쓰는 공방(共房)은 함께 쓰는 방이다. 즉, 정책을 구현하고자 하는 부서와 디자인을 구현하는 부서가 함께 들어와 만는다는 뜻이다.
정책과 공공디자인이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는 공공가치로 동일하기 때문에 각 역할과 과정만 배치한다면 매우 좋은 효과를 낼 것이라는 목표로 계획되었다. 기존에 부서에서의 정책구현을 위한 과정에서 공공디자인과 분리되어 따로 진행되던 비효율성에서 디자인의 전략적 활용도를 높이는 과정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디저인부서만이 하고 싶은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디자인 사업은 타부서의 정책 구현을 위한 전략으로 활용되게 함으로써 부서의 정책구현전략의 다양화와 공공디자인의 가치와 활용성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 *'정책디자인 공방(共房)' 의 효용성은 110호의 디자인의 5가지 장점을 근거로 한다.
'정책디자인 공방(共房)' 세 단계
* 1단계 「정책 목표 정의 세분화」
정책이 궁극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무엇을 바꿀 것인가.
정책은 거시적이고 행정적 관점에서 제시되는 경우가 많이때문에 디자인적 접근을 위해 정책 목표를 해석하고 명확하 하며 세분화하여 다양한 디자이인 전략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환경개선 정책 > "거리를 깨끗하게 해달라" > "빗물받이 개구부에 담배꽁초를 넣는 행위를 줄인다."
2단계 「정책 구현 수단 다양화 」
― 어떻게 바꿀 것인가. 여기서부터 디자인이다. 백지에서 시작하지 않고, 미리 정리해 둔 조작 변수 목록에서 뽑아 조합한다. 제품 디자인에서 색·소재·마감(CMF)을 정리해 쓰듯, 공공 개입의 변수를 색채·빛, 형태·치수, 기호·문자, 배치·동선, 시간·운영 등의 계열로 목록화해 두었다. 만들기 전에 효과성·수용성·비용·내구성·확산성 다섯 축으로 미리 점수를 매겨 후보를 좁힌다.
3단계 「정책 효과성 실증 평가」 ― 정말 바뀌었는가.
저렴한 디자인 비용으로 테스트 베드 실시.
예산이 크게 들어가는 대규모 정책 구현에 앞서 효과성을 시범적으로 검증하여 객관성확보
디자인의 효과측정
운영 장치 세 가지
폴리시나(Policina) ― 정책(Policy)과 페르소나(Persona)를 합친 말이다. 보통의 페르소나가 "김○○ 씨의 하루"를 쓴다면, 폴리시나는 "이 정책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조건"을 쓴다. 사람이 아니라 정책이 주인공인 시나리오 카드다.
시안 A·B·C ― 하나만 만들어 설치하면 "효과가 있었다/없었다"만 남는다. 셋을 나란히 놓으면 무엇이 효과를 냈는지가 남는다. 그리고 실무적으로 더 중요한 효과가 있다. 부서가 셋 중 하나를 골라 자기 사업으로 가져간다. 통보받는 것과 고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고, 이 선택권이 참여의 이유가 된다.
1,000만 원짜리 목업 ― 철골 구조물을 세우지 않는다. 시트와 스티커, 폼보드면 충분하다. 조형의 완성도가 아니라 요소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제당 1,000만 원 이내를 원칙으로 하고 상한을 2,000만 원으로 둔다. 큰돈을 넣기 전에 위험을 걷어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부서가 공방을 찾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다.
이미 나와 있는 결과물
광진구는 2026년 7~8월에 걸쳐 부서의 정책 수요에서 출발한 다섯 개의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정리했다. 공영주차장, 미가로·보행로, 공사장 가림막, 쓰레기 투기방지, 하수구 투기방지.
이 가운데 쓰레기 투기방지 가이드라인은 목표를 이렇게 적었다. "단속·경고 중심의 디자인에서 올바른 배출 행동을 유도하는 디자인으로." 그리고 추진 방식을 이렇게 명시했다. "작게 적용하고 행동 변화를 검증한 뒤, 효과가 확인된 디자인만 표준화하여 단계적으로 확산."
다섯 건 모두 디자인 부서의 과제가 아니라 타 부서의 사업에 공공디자인이 함께한 '정책디자인 공방(共房)' 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ㅇㅇㅇ과장은 “.........”라고 하였다.
모델 ② 충남 '공공 팔레트' ― 시·군이 꺼내 쓰는 색상표
시작은 실무자의 하소연이었다
제2차 충청남도 공공디자인 진흥계획(2026~2030)을 준비하며 도는 15개 시·군 실무자를 조사했다. 돌아온 답은 계획의 내용에 관한 것이 아니라 사용법에 관한 것이었다.
"경관계획과의 명확한 차이를 모르겠어요." "공공디자인 기관이나 인력이 부족해서 사업 운영이 어려워요." "사업 구성이나 운영 시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해요." "진흥계획 활용하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기존 계획이 국가·광역의 계획을 아래로 그대로 내려보내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문서는 있는데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계획을 더 잘 쓰는 대신, 형식을 바꿨다
충남이 택한 답은 팔레트다. 이름 그대로다. 팔레트의 여러 색을 섞어 새로운 색을 만들 듯, 지역 여건에 필요한 것만 골라 조합해 그 시·군만의 사업을 만들라는 것이다.
기초조사를 거쳐 충남형 공공의제 90가지를 목록으로 뽑았다. 여기에 다섯 개의 질문을 붙여 조합의 문법을 만들었다.
Where(바탕) ― 사업 대상지는 물리적으로 어떤 공간인가
Who(주체) ― 핵심 이용자와 이해관계자는 누구인가
What(도구) ― 어떤 공공가치와 디자인 방향을 담을 것인가
How(실행) ― 어떤 유형의 사업으로 실행할 것인가
Which(관리) ― 원활한 추진을 위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 다섯을 조합해 도출한 대표 사례가 '충남 공공디자인 진흥 모델 30'이다. 90가지 의제가 재료라면, 30개 모델은 그 재료로 차려 낸 견본 메뉴에 해당한다.
30개 모델은 어떤 모습인가
모델들은 다섯 개의 진흥 전략 아래 묶인다. 생활밀착 안전, 상호배려 공존, 지역활력 창출, 공공편의 증진, 지속가능 생태. 이름만 봐도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있게 지은 것이 특징이다.
생활밀착 안전 ― 「고개 번쩍!, 스쿨존 안전 넛지 디자인」 「온(ON)동네 안심, 원룸촌 골목길 안심 디자인」 「살펴봐유, 농어촌 아차사고 예방 디자인」
상호배려 공존 ― 「다 같이 와글와글, 무장애 통합형 유니버설 놀이터」 「다정한 마을, 충남형 고령친화 안심마을」 「다 괜찮아! 청소년 감각 친화형 공간」
지역활력 창출 ― 「상생 골목, 골목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공디자인」 「뉴-헤리티지, 지역 고유 자산의 재해석」 「별빛 보물찾기, 지역 자원을 활용한 야간 관광」
공공편의 증진 ― 「짐마중 정류장, 고령자 맞춤형 스마트 버스 정류장」 「모두의 이정표, 언어 장벽 해소를 위한 무장애 정보 가이드」 「함께 걷개, 반려인·반려견 친화 공간」
지속가능 생태 ― 「그린 패치, 도심 속 자투리 공간 틈새 녹화」 「숨편한 길, 통학로 미세먼지 저감 특화 환경」 「순환마당, 전통시장 기후대응 안심쉼터」
하나만 바꾸면 다른 사업이 된다
팔레트라는 이름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30개는 정답 목록이 아니라 조합의 예시다. 다섯 질문 중 하나만 바꾸면 새로운 사업이 나온다.
'살펴봐유, 농어촌 아차사고 예방 디자인'을 예로 들면 이렇다.
이용자(Who)를 농어업인에서 어린이로 바꾸면 → 어린이 보호구역 및 골목길 교차점 아차사고 예방 디자인
의제(What)를 아차사고에서 폭염·기후위기로 바꾸면 → 고령 농어업인 온열질환 예방 스마트 안심 쉼터
공간(Where)을 바꾸면 → 시골길 농기계와 고령 보행자의 상충 구간 안전 디자인
인구도 지형도 예산도 제각각인 15개 시·군에 하나의 정답을 내려보내는 대신, 조합할 수 있는 재료와 규칙을 준 것이다.
쓸 수 있게 만드는 데까지 갔다
형식에서도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보고서를 본보고서·매뉴얼북·가이드라인 세 권으로 나누고, 매뉴얼북에는 사업을 발주할 때 그대로 쓸 수 있는 표준 제안요청서(RFP) 형식까지 담았다. 각 실행방안은 기본실행 → 선택연계 → 확산 고도화의 단계로 읽도록 설계해, 예산과 인력이 적은 군은 기본실행까지만 해도 사업이 성립하도록 했다.
계획서가 읽히는 문서에서 쓰이는 도구로 넘어간 지점이다.
두 모델이 닮은 점, 그리고 다른 점
닮은 점 ― 셋
첫째, 목록을 미리 만들어 둔다. 충남은 공공의제 90가지를, 광진은 조작 변수 목록을 갖췄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용역이 끝나도 목록은 남는다. 110호에서 말한 '축적'이 실제로 일어나는 자리가 여기다.
둘째, 조합의 규칙을 함께 준다. 충남은 다섯 개의 질문으로, 광진은 3단계 위계와 다섯 축 사전 예측으로. 규칙이 있어야 목록이 단순한 사례집이 아니라 도구가 된다.
셋째, 검증된 것만 목록으로 되돌린다. 광진은 확인된 요인을 변수 목록에 갱신하고, 충남은 기본실행에서 확산 고도화로 올라가는 단계를 뒀다. 110호에서 말한 '증거'가 순환하는 구조다.
다른 점 ― 폭과 깊이
충남 모델은 사업을 기획하기 전에 꺼내 쓰는 도구다. 15개 시·군의 역량 격차를 메우는 것이 목적이므로 넓게 깔린다. 광진 모델은 기획부터 실증까지 8~10주를 부서와 함께 가는 상시 절차다. 한 과제를 끝까지 파고드는 것이 목적이므로 깊게 들어간다.
광역은 폭을, 기초는 깊이를 맡는다. 둘은 경쟁하는 모델이 아니라 층위가 다른 짝이다.
그래서 우리 지자체는 무엇부터 하나
110호에서 정리한 조직·절차·증거의 틀로 두 모델을 되짚으면 착수 지점이 분명해진다.
조직 ― 큰 조직을 새로 만들 필요는 없다. 광진 모델의 최소 단위는 부서가 과제를 들고 오는 창구와, 회차를 굴리는 담당 인력이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상설이다.
절차 ― 3단계든 5단계든, 각 단계의 산출물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조건을 문서로 고정한다. 담당자의 열의에 기대는 순간 그 절차는 인사이동과 함께 사라진다.
증거 ― 기준선 7일, 관찰 14일, 대조 구간 1개소. 이 정도만 지켜도 다음 해 예산을 지킬 근거가 남는다. 지표는 반드시 사업 시작 전에 정한다.
목록 ― 두 모델의 공통 자산이다. 우리 지역에서 반복되는 민원과 과제를 목록으로 만드는 일은 예산 없이 오늘 시작할 수 있다.
공(共), 함께 쓴다는 뜻
두 모델의 이름에는 같은 글자가 들어 있다. 광진의 공방(共房)은 함께 쓰는 방이고, 충남의 팔레트는 함께 쓰는 색상표다.
부서가 다루는 문제 ― 골목상권, 무단투기, 통학로 안전, 고령자 이동, 폭염 대응 ― 는 이미 모두 공공의 가치를 담고 있다. 목표는 처음부터 같았다. 다만 그 목표에 도달하는 수단과 언어가 달랐을 뿐이다.
정책 디자인 혁신 모델이란 결국 그 언어를 옮기는 장치다. 디자인을 목적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행정이 자기 목표를 이루기 위해 꺼내 쓸 수 있는 수단으로 두는 것. 광진구는 부서와 한 방에 앉는 방식으로, 충남은 시·군이 골라 쓸 재료를 펼쳐 놓는 방식으로 그 일을 하고 있다.
두 모델 모두 아직 진행 중이다. 성패는 몇 년 뒤에야 확인될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109호와 110호에서 말한 것 ― 정책은 집행에서 완성되고, 제도화되지 않은 디자인은 일회성으로 끝난다 ― 을 문서가 아니라 실물로 옮기는 작업이 지금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