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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ULA / PUBLIC DESIGN02 · 정책·제도·공공서비스
팀 명의 원고 / 017

정책의 수단으로서 공공디자인의 가능성 — SEDG 리서치 노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인 공약 1,190건의 연계성 분석

SED Design Group 리서치 노트 · 2026년 7월


초록

본 연구는 공공디자인이 공공정책의 수단이자 전략으로 기능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정리하고, 이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인 공약에 대한 전수 분석으로 검증한다. 당선인 238명이 제출한 대표공약 1,190건을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 영역을 기준으로 판정한 결과, 공공디자인을 목적으로 명시한 공약은 1.0%(12건)에 그쳤으나, 공공디자인이 수단으로서 산출물의 품질을 좌우하게 되는 공약은 39.0%(464건)에 이르렀다. 이 39배의 간극은 공공디자인이 명칭으로는 부재하나 내용으로는 편재(遍在)한다는 사실을 시사하며, 공공디자인의 정책적 자리가 개별 사업의 신설이 아니라 이미 결정된 사업의 실행 방식에 있음을 뒷받침한다.

1. 문제의 제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종료되었다. 243개 선거구에서 새로운 단체장이 임기를 개시하였고, 각 당선인은 다섯 건의 대표공약을 제시하였다. 이 공약들은 향후 4년간 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규정할 계획서에 해당한다. 본 연구는 다음의 단일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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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약들 가운데 공공디자인이 전략과 수단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디자인이 어떤 이론적 근거에서 정책의 수단이 될 수 있는지를 규명하고, 다음으로 그 근거가 실제 공약의 분포 속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로 확인되는지를 실증할 필요가 있다. 본고는 이 두 층위를 순차적으로 다룬다.

2. 이론적 배경: 디자인이 정책의 수단이자 전략이 될 수 있는 근거

2.1. 기획과 구현의 동시적 사고

디자인의 첫 번째 특질은 기획(pre-duction)에서 구현(pro-duction), 사후 운용(post-duction)에 이르는 과정이 분절되지 않고 동시적 사고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문제 해결의 아이디어가 형상으로 즉각 번역되므로, 그 아이디어는 실시간으로 평가되어 이해도를 높이고 다양한 구현 수단이 초기 단계에서 함께 검토된다. 정책 설계가 목표의 설정과 집행 수단의 결정을 시차를 두고 분리하는 데 반해, 디자인은 목표와 수단을 하나의 사고 과정 안에서 왕복시킨다. 이는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기획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검증하는 방법론적 이점을 제공한다.

2.2. 간접효과와 무의식의 언어: 형태에서 행태로

디자인은 정책 효과를 직접적으로 산출하기보다 간접적으로 매개한다. 따라서 디자인은 독립적으로 작동하기보다 주된 정책과 공동으로 운용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디자인은 인간에게 내재된 인식과 생리적 특성을 이용하여 지각과 행동을 유도하는 이른바 무의식의 언어로 작동하며,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사람의 행동을 형성하는 데 동원된다. 이현성은 이러한 전환을 "형태를 만드는 디자인에서 행태를 만드는 디자인으로"라고 요약한 바 있다. 범죄예방 환경설계나 스트레스 저감 환경의 조성은 물리적 형태의 조정이 인간의 행태를 유도하는 대표적 사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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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과정의 전략으로서의 디자인

디자인은 결과물의 조형에 국한되지 않고 과정 자체를 설계하는 전략적 구성으로 기능한다. 정책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과정을 디자인함으로써, 정책의 실질적 효용성과 이해도가 제고된다. 이 관점에서 디자인은 산출물의 외형을 다듬는 도구가 아니라, 정책이 수용되고 작동하는 경로 전체를 조율하는 매개로 이해된다.

2.4. 다섯 번째 수단이 아니라 수평적 품질 레이어

전통적으로 정책수단은 예산·규제·조직·정보의 네 가지로 유형화된다. 이들은 "무엇을, 얼마나"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후술하는 분석에서 무관(45.2%)으로 분류된 현금성 지원·산업단지·기금·중앙정부 건의 등은 정확히 이 네 수단의 영역에 속하며, 여기에는 디자인의 언어가 닿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디자인의 정책적 위상이 명확해진다. 디자인은 네 수단에 병렬로 추가되는 다섯 번째 수단이 아니라, 앞의 수단들이 산출한 결과물 위에 얹히는 수평적 품질 레이어이다. 공원을 조성할 것인가의 여부는 예산이 결정하지만, 그 공원이 어떻게 걸리고 읽히며 기억되는가는 디자인이 결정한다. 따라서 디자인의 정책적 자리는 사업의 옆이 아니라 사업의 안에 위치한다. 이 명제는 이어지는 실증 분석의 해석 틀을 이룬다.

3. 분석의 개요

분석 대상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인공약」 자료 1,190건이다. 이는 당선인 238명이 각각 제시한 5건의 대표공약을 전수로 포괄한다. 판정 기준은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의 적용대상 영역이며, 각 공약이 공공디자인과 맺는 연계의 강도에 따라 네 개의 구간으로 분류하였다. 판정의 근거는 공약의 표제 슬로건이 아니라 이행 방법의 지배적 무게중심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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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분석 결과: 39배의 간극

가장 먼저 확인된 사실은 명칭의 부재이다. 1,190건 전체에서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한 공약은 단 1건(부산 중구 광복로·BIFF광장 거리 디자인 사업)에 불과하였다. "유니버설디자인"과 "안내표지"는 각각 0건, "간판"은 2건이었다. 명칭만을 기준으로 하면 공공디자인은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부재하였다.

그러나 내용을 기준으로 하면 결과는 상반된다. 네 개 구간의 분포는 다음과 같다.

표 1. 공공디자인 연계 강도별 공약 분포 (n = 1,190)

연계 강도(구간) 판정 기준 건수 비중
목적으로서(최협의) 공공디자인이 공약의 목표 자체 12건 1.0%
수단으로서(엄격) 물리적 산출물의 품질을 디자인이 좌우 464건 39.0%
확장(광의) 서비스디자인 영역까지 포함 652건 54.8%
무관 현금·산업단지·기금·중앙정부 건의 등 538건 45.2%

주: 네 구간은 상호 배타적 범주가 아니라 포함 관계의 누적 구간이다. 즉 무관(45.2%)과 연계(확장 54.8%)가 전체를 양분하며, 확장 구간 안에 수단(39.0%)이, 수단 구간 안에 목적(1.0%)이 중첩된다. 따라서 결과는 단일 수치가 아니라 최협의 1.0% · 엄격 39.0% · 확장 54.8%의 구간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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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두 수치의 대비에 있다. 공공디자인을 목적으로 내건 공약은 1.0%에 불과하나, 공공디자인이 수단으로서 결과물의 질을 결정하게 될 공약은 39.0%에 이른다. 약 39배에 달하는 이 간극이 곧 공공디자인이 개입할 수 있는 실질적 영역의 크기이다. 공공디자인은 명칭으로는 부재하나 내용으로는 도처에 편재한다.

5. 세 가지 발견

5.1. 무엇을 지을지는 말하되, 어떻게 보일지는 말하지 않는다

수단형 464건이 걸리는 공공디자인 영역을 세분하면, 공공공간(74.4%)과 공공건축(58.4%)에 압도적으로 편중된다. 반면 공공시각이미지는 3.0%, 공공용품은 0.2%로 사실상 백지 상태이다. 공약은 "무엇을 지을 것인가"라는 하드웨어의 층위까지만 규정하며, 그 안에 놓일 벤치와 조명, 사인과 픽토그램, 색채와 브랜드는 비어 있다. 이 공백은 결손이 아니라 진입 지점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5.2. 시장은 광역이 아니라 자치구에 있다

광역시 자치구청장 공약은 57.0%가 수단형인 데 반해, 광역단체장 공약은 16.2%에 그친다. 광역 단위는 산업·에너지·광역교통망과 같은 거대 담론에 집중되어 있어 공공디자인의 언어가 닿기 어렵다. 반면 자치구는 도로·공원·시장·복지시설과 같이 손에 잡히는 생활공간을 다룬다. 제안의 실효적 접점은 자치구 단위에 분명하게 존재한다.

5.3. 초당적 의제로서의 공공디자인

수단형 공약의 비중은 더불어민주당 39.2%, 국민의힘 39.6%로, 정당 간 차이가 사실상 부재하다. 공공디자인은 정치적 진영을 타지 않는 의제이다. 한편 공공디자인을 목적으로 선언한 12명 가운데 8명이 무장애·보행·경관을 다루었다. 공공디자인이 목적의 지위에 오를 때, 그 목적은 거의 언제나 걷는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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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전략적 함의: 미점유 시장

이상의 분석은 하나의 전략적 명제로 수렴한다. 공약은 하드웨어의 결정("무엇을 지을 것인가")까지만 도달하였고, 그 산출물이 어떤 정체성을 지니며 어떻게 안내되는가라는 경험·의미의 층위는 누구도 선점하지 않았다. 정책전략의 언어로 이는 결손이 아니라 **미점유 시장(strategic white space)**이다. 공원과 문화시설과 역세권에는 반드시 사인·벤치·조명·브랜드가 수반되지만, 그 항목은 공약서가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 발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무적 결론은 명확하다. 공공디자인은 신규 사업으로 제안될 것이 아니라, 이미 결정된 사업의 실행 방식으로 제안되어야 한다. 목적형 1.0%(12명의 단체장)를 두고 경쟁하는 것은 좁은 문이나, 수단형 464건은 예산과 정치적 명분이 이미 확보된 사업들이다. 그 설계 단계에 공공디자인이 진입하는 것은 신규 예산의 승인이 아니라 기존 예산의 집행 방식을 전환하는 일이다.

당선인 238명 가운데 197명(82.8%)이 수단형 공약을 최소 하나 이상 보유한다. 공공디자인이 개입할 자리는 이미 공약서에 기재되어 있으며, 다만 "공공디자인"이라는 명칭으로 호명되지 않을 뿐이다. 남은 과제는 그 자리에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다.

7.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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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디자인이 기획과 구현의 동시성, 행태를 유도하는 간접효과, 과정을 설계하는 전략성이라는 세 특질에 힘입어 정책의 수단이자 전략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1,190건의 공약 전수 분석으로 실증하였다. 공공디자인은 전통적 정책수단에 병렬로 추가되는 다섯 번째 수단이 아니라, 그 수단들이 산출한 결과물의 품질을 규정하는 수평적 레이어이다. 1.0%와 39.0% 사이의 39배 간극은 공공디자인의 잠재적 개입 영역이 명칭의 가시성이 아니라 사업의 실행 방식 안에 잠재해 있음을 보여준다. 공공디자인의 정책적 과제는 새로운 사업을 창출하는 데 있지 않고, 이미 결정된 사업의 집행 방식을 품질의 언어로 재편하는 데 있다.

8. 방법론 요약

원자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인공약」 자료 1,190건(당선인 238명 × 각 5건)이다. 텍스트가 부재한 스캔 이미지 70쪽은 별도로 판독하여 결측 없이 전수 분석하였다. 12명의 코더가 「공공디자인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적용대상 4영역을 기준으로 1차 판정을 수행한 뒤, 독립적으로 구축한 규칙 기반 분류기와 대조하였다. 판정이 엇갈린 350건과 저확신 182건(합집합 465건)은 8개 경계규칙 코드북에 근거하여 백지 상태에서 재심하였다. 판정의 근거는 공약의 슬로건이 아니라 이행 방법의 지배적 무게중심에 두었으며, 보수적으로 코딩하였으므로 39.0%는 하한값에 가깝다. 결과는 단일 수치가 아니라 최협의 1.0% · 엄격 39.0% · 확장 54.8%의 구간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SED Design Group

함께 보는 자료: 상세 분석 리포트(공공디자인_연계성_분석_보고서.html), 원자료(공공디자인_연계성_분류_1190건.csv, 전 1,190건의 티어·적용영역·개입지점·판정근거·확신도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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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 전체 목차

아홉 개의 주제,
하나로 이어지는 질문.

01공공디자인의 생각1202정책을 실현하는 방법1803일상을 바꾸는 실험1104안전과 회복의 조건1105모두를 위한 디자인806지속가능한 공공의 삶1007도시를 다시 읽다1108바다와 수변의 미래1209배우고 기록하고 확장하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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