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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ULA / PUBLIC DESIGN09 · 교육·AI·아카이브
인터뷰·기획기사 / 103

도시환경 기반 응급의료 대응 — 혁신방법론과 프로세스 비평

이 글은 홍익대학교 '혁신방법론과 프로세스' 수업에서 진행된 '도시환경 기반 응급의료 대응' 프로젝트에 대한 나의 비평이다. 'Rescue as an Environment'라는 이름 아래, 이 프로젝트는 환자가 병원으로 가는 대신 병원이 환자에게로 가는 능동적 포맷을 상상하며 응급상황과 구조 활동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한다. 수강생들이 던진 질문에 답하면서, 나는 공공디자인의 관점에서 이 시도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했다.

디자이너가 공략해야 할 자리

산업시대의 디자인이 제품에 기능성과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면, 시대정신이 바뀐 지금의 디자인은 사회구조와 그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자 수단으로 쓰일 수 있어야 한다.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가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디자이너가 직능적으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디자이너는 시각적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공공 안전, 포용, 환경 지속가능성,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네 가지 핵심 축을 중심으로 문제 해결의 전략과 방법론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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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이나 해커톤에서 채택안과 수상작을 고를 때에도 나는 접근성, 직관성, 안전성, 시민수용성 같은 익숙한 기준 너머를 본다. 세대를 가로지르는 초세대적 포용성, 협력적 거버넌스의 구현, 정서적 안정감과 인지 건강의 증진, 그리고 과감각을 배려하는 것처럼 사용자마다 다른 배려의 가치가 그것이다. 한마디로 디자인이 사회적 처방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기억에 남는 사례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Symbiosis, 곧 공생의 관점에서 고속도로의 곤충 생태계와 공존하도록 설계한 고속도로 곤충 가로등이고,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글씨 없이 만든 성교육 북디자인이다. 두 작업 모두 형태의 화려함보다 누구를 위해, 무엇과 함께 살기 위해 디자인하는지를 먼저 물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최근의 경향을 보면, 제품디자인 관점의 제안은 터치포인트에 따라 제품의 형태와 기능을 명확히 제시하기 때문에 다루는 영역도 분명한 편이다. 반면 공공디자인 영역의 혁신 프로젝트들은 멘탈케어디자인, 사회적처방디자인, 살루토제닉과 연계된 심리환경적 디자인처럼 임상적 관점의 프로세스를 취하고, 그 효과를 실증하는 과정까지 디자인 프로세스에 담아내는 모습을 보인다.

도시 공간이 치료의 매체가 될 때

공공디자인과 도시개발, 그리고 응급의료(EMS)의 연계가 어디로 향할지를 한꺼번에 답하기는 어렵다. 도시개발은 도시계획의 법제를 바탕으로 규제와 개발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공공디자인은 비법정계획이자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도시환경, 즉 공간과 시설과 매체가 신체적, 정서적 건강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수단으로 나아가고 있다. 도시공간의 요소가 의료와 치료의 매체가 되고, 이것이 처방디자인 기법으로 적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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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선행하는 맥락이 있다. 범죄예방디자인(CPTED)은 본래 형사범죄학이 다루던 대상에서 출발했지만, 방어 공간 개념 등을 통해 공공공간의 요소로 확장되며 발전했다. 고령자를 위한 공간디자인에는 AIP(Aging in Place)의 개념이 적용되고 있고, 일상공간을 통한 인지건강디자인도 이루어지고 있다. 응급의료와 도시의 만남 역시 이 흐름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이러한 연계 모델은 협력적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진행될 것이다. Collective Impact처럼 집합적 사회가치 영향의 모델을 중심으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EMS나 안전처럼 필수적인 공공가치 영역에 디자인 솔루션을 적용하는 과정은 다학제적 융합을 요구하고, 그 융합은 거버넌스를 필수적인 기반으로 삼는다. 이런 사안에서 반드시 나와야 할 대안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바로 이 협력적 거버넌스를 꼽겠다.

공공디자인에서 혁신이란 무엇인가

나는 공공디자인을 법적 정의가 아니라 맥락적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공공디자인은 사회가 지향하는 시대정신(Zeitgeist)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자 방법이다. 따라서 공공디자인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이며, 이 과정에서 새롭게 정의되는 디자인의 가치가 곧 혁신의 모델이 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문화적 의제는 무엇인가. 그로 인해 생겨난 사회의 구조와 문제는 무엇인가.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디자인의 전략적 역할은 무엇인가. 이 물음들을 구성하고 조정하는 양식, 그것이 공공디자인의 혁신 모델이다.

아이디어와 구현 사이의 간극

공모전에서 흔히 보이는 양상은 과정과 결과가 명확히 나뉜 채 프로세스 자체가 구현물 중심으로 짜여 있다는 것이다. 디자인의 궁극적 가치를 실현하려면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하고, 그것이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제도와 운영 측면의 프로그램이 함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이 대체로 부족하다. 공공디자인의 구현 과정에서 이것은 보조적인 요소가 아니라 매우 중요한 요소다. 디자인이 목표의 결과물이 아니라 전략 그 자체로서 역할을 하려면 전주기적인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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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인 프로젝트가 실질적인 효과와 경제성을 바탕으로 정책결정권자와 시민을 설득하려면, 디자인 바깥에서도 읽히는 지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Social Value Index나 SDGs index처럼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를 써야 디자인 외부의 구성원들과 설득하고 공유할 수 있다. UN Habitat의 기준 지표나 ESG, SDGs 같은 거시적 인덱스 외에도, PPS(Project for Public Spaces)의 What Makes a Great Place 프레임워크나 The Egan Wheel Diagram 같은 지속가능 커뮤니티의 프레임워크를 참고할 만하다.

타깃을 정하고 문제 상황을 구체화하며 포맷과 핵심 UX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방법론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디자인 방법론은 1970년대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J. 크리스토퍼 존스의 『디자인 방법론』을 비롯해 그 시대의 다양한 Design Method를 고찰하고 여러 방법론을 참고하되, 서비스디자인 기법과 툴을 기반으로 평가, 관리, 피드백 모델 자체를 개발해 보기를 권한다. 사실 많은 디자인 관리와 평가 방법론은 산업공학이나 경영학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형태가 아니라 행태를 디자인하라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드론 배달 서비스, 그리고 스마트폴과 데이터 노드 기반의 ICT에 EMS를 결합한 시스템이 시안으로 제시되었고, 볼라드처럼 폴 형태가 아닌 공공시설물을 활용하는 안은 보류되었다. 제품디자인 관점의 평가는 그 분야의 전문가인 학생들이 내부적으로 해 보기를 바란다. 나는 공공디자인의 관점에서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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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의 관점에서는 제품서비스시스템(Product Service System)의 시각으로 서비스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사회에 필요한 디자인은 형태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공공적인 사용 행태를 이끌어내는 데서 온다. 놀이터 디자인을 평가한 적이 있는데, 한 안은 다양하고 화려한 놀이기구를 구현했고, 다른 한 안은 'P-Learning ground'라는 이름으로 특정 시간에 놀이터에서 놀이하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서비스를 결합했다. 디자인 기술 평가에서 훨씬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후자였다.

다가치적인 사회에서 다양한 수요를 받아내려면 복합적인 디자인 전략이 필요하다. 팀 브라운(Tim Brown)의 말처럼 디자인의 만족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에서 나온다. 사회적 처방이나 멘탈케어 시티의 관점에서 본 디자인들은 매우 흥미로운 마이크로한 제안이지만, 전체가 지향하는 가치와 사회적 필요성, 역할, 그리고 논증적 효과를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부분과 가치를 공유하기 위한 부분, 디자인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디자인의 영역이 되어 버린 그 부분을 더 보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맺으며

'도시환경 기반 응급의료 대응'이라는 혁신 프로젝트는 드론이나 스마트폴 같은 기술적 솔루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도시를 하나의 통합된 구조 시스템으로 설계하여 응급상황을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일상'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데이터 거버넌스, 표준화,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사람과 정보와 의료가 함께 움직이는 협력적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디자인이 결과물이 아니라 전략이 될 때, 응급의료를 위한 도시는 비로소 사람을 돌보는 도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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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 전체 목차

아홉 개의 주제,
하나로 이어지는 질문.

01공공디자인의 생각1202정책을 실현하는 방법1803일상을 바꾸는 실험1104안전과 회복의 조건1105모두를 위한 디자인806지속가능한 공공의 삶1007도시를 다시 읽다1108바다와 수변의 미래1209배우고 기록하고 확장하다10
103개 글 전체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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