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미래: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 기획자 인터뷰
질의서
<익숙한 미래: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전시 기획자, 이현성 교수님
2021. 11. 14. (일)
<공예+디자인> 객원기자 주리아
안녕하세요.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발행하는 <공예+디자인> vol.51 2021년 겨울호에 진행될 ‘공공디자인을 만드는 사람들' 기사와 관련해 이현성 교수님께 질문드립니다.
이번 기사는 공공디자인의 다양성을 부각하고,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이에 공공디자인 관련 전문기관과 공공디자인 전문가와 지자체 연계 프로그램 , 기업의 공공디자인 사례 등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이현성 교수님께서는 지난 6월말 성황리에 개최된 <익숙한 미래> 전시의 기획자이자, 홍익대학교 공공디자인 전공 교수로 재직하시면서 공공디자인 저변 확대 및 후학 양성을 위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에 본 서면 인터뷰에서는 교수님께서 그간 공공디자인 분야에서 진행해오신 연구와 노력을 소개하고, 성과 및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여쭤보고자 합니다.
편하게 답해주시면 기사로 잘 정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 현재 공공디자인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학자이자 실무자인 교수님을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KCDF측에서 본 기획에 교수님을 꼭 모시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주시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공공디자인 분야에 몸 담으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언제부터, 어떻게 해당 분야를 시작하시게 되었는지에 대해)
그냥 개인적인 관심이었나 봅니다. 학부에서 건축을 전공하면서 단일 건축물보다는 사회적 공공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 있었습니다. 졸업작품도 당시 성수대교 붕괴 이후 안전을 위해 재시공하던 당산철교의 당산역사에 대한 작품이었는데 단순한 기능적 지하철역이 아닌 공공영역이 어떻게 사회적 안전에 대한 불감증을 담아낼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런 관심사가 2000년대 초반 29세때 디자인 스튜디오를 겁도 없이 만들면서 목표를 공공환경디자인으로 설정하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작업을 시작하게 하였습니다. 기존의 공간디자인과 차별성을 찾지 못하고 이런 저런 일들을 하고 있을 때 즈음 때마침 2005년 겨울 국회에서 ‘공공디자인문화포럼’이 만들어지고 젊은 일꾼들을 찾던 교수님들을 통해 포럼의 행사지원참여를 하게 되었고 국회에서의 조찬 세미나를 통해 공공디자인이라는 흥분되는 비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밤을 세워도 지겹지 않은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을 만나게 된 것이지요...
2. 현재 홍익대 교수로 몸담고 계십니다. 이곳에서 학자로서 어떤 연구를 해오고 계시는지, 교육자로서는 어떤 부분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강조하고 싶으신지 듣고 싶습니다.
도시디자인에 대해 짧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2010년부터 고려대 디자인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강의를 하고 2012년부터는 7년 동안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디자인학과 겸임교수를 하며 실무와 교육을 병행하였습니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비전과 가치를 10여년동안 어느 자리에서든 공유하려고 하였고 특히 실무가 아닌 학교에서는 더욱 그런 가치에 대한 논의와 공유가 효과가 크고 중요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8년도에 홍익대학교에 공공디자인전공이 개설되고 다른 분의 강의가 시간이 맞지 않아 저에게 공공디자인 기획론을 담당할 기회가 오면서 강사로서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학교는 실무가들이 본인의 직업을 유지하면서 전임교수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전공 부교수로 지원하여 부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스스로를 잘 아는데 잘해서라기보다 15년간 한자리에서 이것만 하고 타분야에 비해 많은 분들이 계시지 않아 제가 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겸손하게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늘 새로운 공공디자인 의제 산실이 되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우리나라 유일한 공공디자인 전공에서 해야 하는 가장 큰 임무는 실험적이며 혁신적인 공공디자인의 아젠다를 내놓는 것입니다. 논문주제는 늘 혁신적 주제에 맞도록 엄격하게 지도하고 모든 연구자들이 함께 공유합니다. 공공디자인 거버넌스 PDG, 사회문제 해결과 공공디자인, 사회적 가치와 공공미술, ESG와 공공디자인의 융합, 공공디자인 진흥을 위한 매체유형, 리자일런스와 공공디자인 등 약 20여편의 연구 주제들은 모두 최초로 연구되는 주제이자 우리의 공공디자인이 더욱 공공디자인스러울 수 있도록 추구해야 할 비전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3. SEDG도 운영하고 계십니다. 이곳에 대한 소개를 해주세요. (교수로 재직하시는 것과 대비해 이곳에서는 어떤 일에 주력하시는지, 어떤 성과를 거두셨는지 등에 대해서도 언급 부탁드립니다.)
2021년 공공환경디자인을 하겠다는 의지로 디자인 스튜디오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약 300여개의 공공디자인관련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학교에서의 연구가 실험이고 과정이라면 실무에서의 작업은 결과이고 실전입니다. 학교에서의 연구가 변수가 없는 조건에서 온전히 본인의 연구 주제를 순수하고 자유롭게 발전시킬 수 있다면 실무는 수많은 외부 변수와 조건 속에서 해결해내야 합니다. 많은 젊은 디자이너들이 학교를 졸업 후 공공디자인을 하면서 그 차이를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실무에서 진짜 의지와 역량이 판가름나며 실전은 바로 실무현장에서 이뤄집니다. 그래서 저는 연구자보다 프로페셔널 실무자라는 말이 더 좋습니다.
공공디자인 프로페셔널로서의 조건 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느냐보다 얼마나 외부의 다양한 조건 속에서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공공가치를 구현할 철학과 내력을 지녔느냐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하나마 지금까지 전문성을 만들어준 원천은 300여개 프로젝트의 총괄을 통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지속적으로 공공디자인의 한계를 깨닫게 해 주는 과정이지만 이러한 조건이 멈추지 않고 계속 공부하고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타 영역과 달리 공공디자인 실무는 선례와 답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운 부분이 있는 반면 선도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재미도 있습니다. 그 흥미때문인지 20여년간 몰입할 수 있게 하고 나태해지지 않게 자극을 주는 것은 에스이디자인그룹의 공공디자인 실무들입니다. 지금도 20여명의 디자이너들이 공공디자인을 위해 연구하고 역량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 곳이 단순 기업이 아니라 공공디자인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실무로서 펼쳐내는 플랫폼으로 키우고자 하고 유망한 공공디자이너들에 의해 계속 이어져나갈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4. 2021년 6월말 개막하여 2달간 문화역서울284를 뜨겁게 달군 <익숙한 미래: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전시를 기획하게 된 연유와 과정,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사실 많은 훌륭하신 공공디자인 선배님들을 대신해 공공디자인 기획전시를 제게 맡겨주신 것은 새로운 공공디자인의 확장성에 대한 가능성을 찾아보라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이미 홍익대 공공디자인연구센터를 통해 다양한 공공디자인의 확장에 대해 발신을 해오고 있던 터라 이를 기반으로 공공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의 제시가 이번 전시의 가치를 올릴 수 있겠다 싶어 몇 번의 고심 끝에 결정을 하고 4월 중순부터 전시기획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시작 당시 2달이라는 짧은 전시준비기간, 문화재인 문화역서울 284에서의 전시공사 한계, 공공디자인과 전시라는 요소의 결합이라는 난제가 예측되었지만 공공디자인 확장에 관한 새로운 의제를 만든다는 큰 의미아래 힘을 얻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이미 가지고 있는 콘텐츠로 전시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전시 주제의 특성상 모든 요소가 외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서 짧은 시간에 정리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전시에 참여하기로 한 기관과 그 시설이 전시 2주를 남기고 내부적 사정으로 불참하게 되고 다양한 이해관계로 불참하는 등 전시를 진행해야 하는 총괄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 하나둘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약 100여개의 리스트 중 33개 전시 요소로 최종 진행되었는데 그 과정 중 가장 의미있던 것은 대부분의 전시참여 주체들이 ‘우리가 공공디자인이었어?’라고 얘기하는 공공디자인 범주를 확장시키는 시작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5. <익숙한 미래> 전시에서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고 싶으셨던 주제와 내용, 의의는 무엇인지, 이를 이 전시에 어떻게 담아내시고자 하였는지 궁금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평범하고 익숙해서 눈에 띄지 않는다.”
- 비트겐슈타인-
전시기획을 첫 제시하는 기획안에서 처음 사용한 비트겐슈타인의 말입니다.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인 안전, 편의. 배려와 같은 요소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사는데 필수인 공기를 느끼지 못하고 사는것처럼 말입니다. 공공디자인은 어려운 법과 정책에 대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 공기와 같은 우리 삶에 필수적 가치에 대한 디자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고 공공디자인이 공공의 삶속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수단이 되는 ‘일상문화화’의 가능성을 본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또한 그런 공공가치는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사업만이 아닌 민간과 공공의 협력을 통해 구현된다는 방법으로서로서의 공공디자인을 말하고자 했습니다. 요컨대, 이번 공공디자인 기획전은 공공디자인의 확장과 협력에 대한 가능성 탐구입니다. 이를 위해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있지만 너무 익숙해서 보이지 않던 공공가치를 경험함으로써 공공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공유하고 공공가치로 배려 받는 우리 공공환경의 미래를 함께 꿈꿔보고자 하는 의도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전시명도 “익숙한 미래 :공공디자인이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일상 속 공공가치의 추구이기 때문에 사실 전시장은 문화역서울284가 아니라 우리 도시공간 전체가 전시장입니다. 왜냐하면 그 곳에 이미 많은 공공 안전, 편의, 배려 등 공공가치를 위한 많은 공공디자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들 모두가 그것이 공공디자인인지 모르고 지나쳤을 뿐입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일상속의 공공디자인 요소들을 매일 만나는 놀이터, 거리, 공원, 학교, 골목, 지하철의 6개 일상 공간에 마치 레고처럼 단순하고 쉽게 표현하여 공공가치를 대중적으로 알기 쉽게 전달해 드리고자 하였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을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공공디자인이 어려운 디자인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 함께 있는 대중적인 진짜 공공디자인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랬습니다.
6. <익숙한 미래> 전시에서는 여러 관공 및 민간기업의 참여도 눈에 띄었습니다. 여러 면에서 많은 공과 품이 드는 일이었을 텐데요. 이와 관련해 절차나 진행 상의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혹은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참 재미있는 것은 이번 전시된 대부분의 공공디자인 사례 대부분의 주체들이 자신들이 실천한 내용들이 공공디자인이라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본 전시를 통해 공공디자인의 포용력이 커진 것은 큰 수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전시기획을 하면서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정말 좋은 사례이고 확산되어야 할 좋은 공공디자인이 데이터로 정리되어 있지 않고 그 효과에 대한 실증도 이뤄지지 않아 더 넓게 확산되기 어렵고 제도로 발전해 가기도 어렵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로 남는 것이 아닌 표준모델, 제도로서 발전해 갈 수 있는 기반과 지원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2달여간 기간에 적합한 일상 속 사례를 찾고 협력기관들의 연락과 전시 협조를 공식적으로 승인받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전문가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홍익대 공공디자인 연구센터 연구원들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SH의 미세먼지 저감 친환경 공공시설과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 단지 통합놀이터의 사례는 우수하여 이번 전시의 놀이터와 공원공간에 참가하기로 협의를 어렵게 하였는데 그 당시 여러 사회문제로 SH가 세간의 관심을 받으면서 전시 참가에 부담을 느껴 전시 직전 포기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7. 기자 개인적으로는 학교 공간 전시장과 지하철 내 스트레스 프리존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전시 이후 실생활에서 스몸비 조명을 마주치면서 공공디자인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어가고 있는지 느끼기도 하였고요. 교수님께서 기획자의 입장에서, 전시 기획 의도가 가장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하시는 전시공간(또는 내용)은 무엇인지요. 더불어, 전시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모든 전시공간의 과정에 공간디자인, 전시디자인, 그래픽팀 들의 어떤 노력이 들어갔는지를 알기에 저에겐 다 중요합니다. 다만 일상공간 중 ‘공원’부분은 그간 공공디자인에서 주로 다루지 않았던 녹색디자인을 다루고 있어 의미가 큽니다. 공공디자인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녹색디자인은 단지 조경을 통한 환경조성이 아닌 녹색이라는 요소가 공공환경에서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저감시키고 심리적 안정을 이끄는 주의회복이론에 근거한 바이오필릭-공공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해서 의미가 있었다 생각하고요
1층의 부인대합실 공간에 마련되었던 ‘기업의 ESG와 공익 활동’은 ESG관점의 공공디자인을 알리고자 제가 가장 고집을 부려 기획한 전시공간입니다. 공공디자인은 ‘공공기관’만이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공적인 이익을 위해 세상을 개선하고 공공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면 그 누구라도 공공디자인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며 다양한 주체들이 공적인 이익을 위해 개선안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공공디자인입니다. 재난 상황을 대비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동하는 기업, 디자이너, 시민의 위대한 활동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그러한 내용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1년에 1조8천억에 다다르는 기업의 사회공헌비용을 기업의 ESG활동과 공공디자인을 연계하는 가능성은 곧 우리 사회에 펼쳐질 협력형 임팩트 공공디자인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매우 의미있는 내용입니다.
8. <익숙한 미래> 전시가 진행된 후,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반응들을 접하셨을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으시거나 의미 있다고 생각하시는 후기가 있으셨을까요? (해당 분야 종사자 / 일반인 / 어린이 등 다양한 대상의 후기를 들려주세요.)
사실 전시의 구성요소들이 단순함을 꽤하려 하고 전시적 요소를 가미하다 보니 너무 비약되거나 유치하게 보일 수 있다는 걱정을 많이 하였는데 전시의 피드백을 통해 많은 분들이 전시의 이해가 쉽고 편했다는 평을 많이 들었습니다. 우리에게 전시라는 것은 조금 난해한 해석과 관조가 필요한 조금은 대중적이진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공공디자인이라는 요소를 세상에게 가장 쉽게 보여주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글씨가 많은 설명 보드도 넣지 않고 그냥 눈과 몸으로 보고 앉아보고 편안하게 느껴보고자 전시기획을 하였습니다. 많은 걱정으로 개장 이후 포털 예약 사이트의 리뷰 댓글이 거의 모두 추천과 공공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너무 쉽고 좋았다라는 내용들이어서 다시 한번 전문가들의 쉬운 이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께서는 좀 더 심오한 내용과 의제를 제시하는 이슈가 약하지 않았나 하는 평을 주셨습니다.
9. 반대로, 기획자로서는 다소 아쉬우셨거나 차후 전시를 기획하시게 된다면 수정 또는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하셨던 부분이 있으실까요? 또한 예정되어 있는 전시가 있으신지와 그 일정 및 내용도 궁금합니다.
이번 전시품들은 모두 우리 도시 공간 속에 실재하는 것들입니다. 다만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문화역서울284 전시장은 하나의 쇼룸이고 실제 전시장은 도시 공간입니다. 전시장의 사례를 보고 현장 투어로 이루어지는 루트형 전시를 시간과 여러 조건의 문제로 진행하지 못한 것은 많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현재 몇몇 지자체와 공공디자인 교육공원을 기획하고자 논의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낙후된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공원이 도시공간을 축소한 형태를 가지고 있어 이번 전시 요소들을 그곳에 상설 설치하고 학생들에게 디자인을 통한 공공가치의 구현을 실제 체험하게 함으로써 공공디자인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공공가치가 잘 구현된 ‘익숙한 미래’에 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선 그들이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10. 최근 공공디자인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 중 하나가 공공디자인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제고와 관련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익숙한 미래> 전시 또한 공공디자인의 가치에 대해 알리고,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귀한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의 인식 개선이 왜 필요한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어떤 면인지 등에 대해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디자인은 항상 홀로 다니지 않고 앞에 그 시대의 가치를 달고 다닙니다. 산업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 등등.... 시대정신을 알고 싶으면 그 당대의 디자인이 어떤 어휘들을 달고 있는가를 살펴보면 됩니다. 공공디자인-Public Design은 공공을 위한 디자인입니다. 전 지금은 공공의 시대라 생각합니다. 공공디자인의 주체는 공공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공공디자인은 그 주체들이 그 의미와 필요성을 잘 모른 상태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공공디자인은 너무 어렵고 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도 받았습니다. 이제는 공공디자인의 수용자인 공공이 이해하고 알아야 합니다. 그들에게 이해가 가능한 공공디자인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공공디자인은 우리의 전통 두레와 품앗이를 새 시대에 맞게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이 될 수 있고 우리의 환경을 개량했던 새마을 운동, 마을 반상회의 장점을 다시 재현하여 우리 공간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생활문화운동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그럴려면 우리의 국민이 공공디자인의 가치와 가능성을 알아야 하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이것은 공동체 의식을 다시 살리고 삶의 질을 향상하며 국가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11. 현재 학교 및 SEDG를 통해 교수님께서 진행하고 계시는 여러 연구 및 사업 등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더불어 향후 어떤 부분에 대한 연구와 노력이 더 늘어나고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정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공공디자인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 많은 비판과 실효성에 대한 의심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연구자와 실무자는 새로운 의제와 협력에 대해 논해야 하며 가설을 지속해서 창출해내야 합니다.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홍익대 공공디자인 전공은 이러한 공공디자인 의제의 산실이 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학교의 역할이 그것이기도 하고 그러한 시도들이 연구자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공공디자인 거버넌스 PDG를 제시하여 공공디자인에서의 협력모델의 원형을 제시하고, ESG와 공공디자인의 융합을 연구논문으로 세상에서 처음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다양하고 지속적인 시도는 늘 선진국의 디자인을 쫓아갔던 우리나라의 디자인을 다른 나라가 모델로 찾아오는 디자인 강국으로 변모시킬 것입니다.
12. 본 기획과 관련해, 제가 여쭙지 못한 부분이나 덧붙이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기술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기사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애쓰도록 하겠습니다.
공공디자인은 2006년 공공환경, 매체, 시설에 대한 개선을 중심으로 시작되었고 2016년 공공디자인 진흥법을 기반으로 안전, 편의, 배려, 품격이라는 명확한 목표 주제를 만들어 가며 진화되었습니다.
이제는 주체별로 참여하고 협력의 과정 속에 그것들을 실현해야 할 세 번째 단계에 왔다고 봅니다. 공공디자인은 공공기관이 서비스하는 시설이나 공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우리 공공환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과 연계를 기반으로 실천해가야 하는 생활형 운동으로 확산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우리 삶의 개선 수단으로 발전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디자인이라고 하지만 ‘공공’화 되지 못한 우리의 공공디자인이 이번 전시를 계기로 국민들에게 조금 더 쉽게 이해되고 우리의 이익과 안전, 행복을 위한 ‘공공’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것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