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공공디자인 2
[애자일X공공디자인] 시리즈 ②
AI시대, 공공디자인은 더 민첩해지고 더 필요해진다.
‘AGILE’의 정의: 빠르게가 아니라, 적응 가능하게
현대 도시의 공공문제는 기후 변화, 기술 혁신, 시민 수요의 다변화로 인해 더욱 복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양상을 띠고 있다. 애자일X공공디자인 1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계경제포럼(WEF)은 이러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애자일 거버넌스(Agile Governance)'를 제안하며, 공공정책이 '적응적(adaptive)'이고 '인간 중심(human-centred)'으로 재구성되어야 하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공공디자인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위계적 계획의 규제보다는 '적응하고 학습하는(adapt-and-learn)' 체계로의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미국 워싱턴 DC 및 시카고 교통국장이었던 게이브 클라인은 그간의 공공행정의 경험을 기반으로 ‘Start-Up City’이란 책을 저술하였는데 이 책에서 "정부는 왜 그렇게 느릴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며, 공공 부문이 가진 막대한 자원과 민간 부문의 속도를 결합한 공공 기업가 정신(Public Entrepreneurship)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애자일 거버넌스(Agile Governance)'의 전략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게이브 클라인 더 알아보기
게이브 클라인은 저서에서 "...시민이라는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 행정은 낡은 규제의 틀을 깨고 기술과 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항해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기술하며 "도시는 더 민첩해져야 하고, 기업은 더 공익적이어야 한다"는 비전을 기반으로 도시를 디자인하는데 있어 관료주의적인 공공 부문에 어떻게 민간의 혁신적인 마인드를 주입하여 '실제로 성과를 내는가'라며 4가지의 변화해야할 주제를 얘기하고 있다.
Start-Up City
: Inspiring Private and Public Entrepreneurship, Getting Projects Done, and Having Fun.
1. 공공과 민간의 결합 (The Public-Private Mashup)
정부의 역할: 규제자에서 '플랫폼 제공자' 또는 '투자자'로 변화.
민간의 역할: 단순 수익 창출을 넘어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솔루션을 제공.
2. 비즈니스의 속도로 실행하기
도시 행정은 대개 느리고 관료적이다. 클라인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스타트업 방식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ㆍ린(Lean) 방식: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최소 기능 제품(MVP) 개념을 도시 정책에 도입하여 빠르게 실행하고 수정.
ㆍ실험과 데이터: 임시 자전거 도로나 팝업 공원 등을 통해 먼저 실험해보고,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구적인 시설 설치를 결정.
3. 사람 중심의 도시디자인
기술 그 자체보다 '사람의 경험'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
4. 리스크 감수와 리더십
공무원 조직이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적 자산의 활용, 투명한 소통
이러한 맥락에서 '공공디자인 실험실'은 애자일 공공디자인을 실현하는 핵심적인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이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확정적 사업을 시행하기 전, 소규모 실험과 실증을 통해 타당성과 효과를 검증하는 '리빙랩(Living Lab)'적 성격을 갖는다. 본고에서는 용산구에서 진행된 '차량으로부터 안전한 보행로 건널목' 프로젝트를 통해, 실험 기반의 공공디자인이 어떻게 도시의 '회색지대'를 안전한 공간으로 재편하는지 논하고자 한다.
공공디자인 실험실 : ‘공공디자인 실험실’은 2018~2019년 서울시 강남구 공공디자인 1차 진흥계획에서 연구 제안된 거버넌스 모델인 ‘The Public Design Lab’을 단위 사업화한 것으로써 지역의 문제를 공유하고 협력형 사업을 추진하여 문제 해결, 실증기반, 행정 협력 제도화 방안을 모색하는 한국형 Tactical Urbanism 형식의 실증형 공공디자인 사업이다.
“공공디자인은 왜 ‘실험실’이 필요한가”
애자일 공공디자인은 작은 단위의 실험(Prototype)–검증/실증(Test)–반복개선(Iteration)으로 학습하고, 그 결과를 표준화·확산·제도화로 연결하는 체계이며 또한 프로세스를 탐색–실험–확산–정착으로 정리하며, 확산 단계에서 “데이터 분석→백서/매뉴얼 공유→사회적 지지 확보”를 운영하는 전략이다.
“도시에 ‘정답’은 없다. ‘실험’으로 정답을 만든다”
— 용산구 ‘보행로 건널목’ 파일럿이 보여준 공공디자인 실험실의 가치
자동차와 보행자가 유일하게 직접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는 공간, 바로 주차장 입구이다. 자동차는 보행로는 건너 주차장으로 들어 갈 수 밖에 없는 불안한 구조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
보행로 위로 차량이 “툭” 들어오는 순간, 보행자는 본능적으로 멈춘다. 아직 우리에게는 보행로 위마저 자동차가 우선인 특히 건물 사이 차량 진출입로는 보행 동선과 차량 동선이 자연스럽게 겹치지만,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사고 위험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온 공간이다.
보행 영역과 차량 영역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지점에서 보행자는 스마트폰에 시선을 빼앗긴 채 위험에 노출되고, 운전자는 보행로를 침범하며 빈틈을 파고드는 행태가 관찰되었다. 2024년 한국도로교통공단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보행 중 사망자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36.5%인데 그 상당수가 생활도로 및 이면도로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는 이러한 현장의 위험성을 뒷받침한다.
용산구 보행로 건널목: ‘작고 가변적인 개입’으로 행동을 바꾸다
용산구는 이태원역 일대(차량 통행과 보행량이 많은 구간)를 대상으로 약 4주간(2025년 12월) 공공디자인 파일럿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핵심은 “대규모 공사”가 아니라, 디자인 요인(바닥 무늬/시설 요소)을 바꿔가며 보행자·운전자 반응을 비교 관찰한 것이다.
* 디자인 컨셉: 넛지(Nudge)와 물리적 레이어링(Physical Layering) 실험은 보행자에게는 심리적인 안전 영역을 제공하고, 운전자에게는 강력한 주의 신호를 전달하는 '시각적 넛지'를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보행로의 인지성을 강화하기 위해 색상과 패턴을 활용한 레이어링을 적용하여 보행로와 차도의 위계를 명확히 구분하였다.
* 실험적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 국외 사례 및 학제적 근거를 바탕으로 7가지 패턴 사례 연구를 진행하여 21가지 보행 안전 디자인 요소를 도출하였다. 가시광선 스펙트럼상 민감도가 높은 555nm 파장대(GY 계열)를 주조색으로 선정하여 시각적 시인성을 극대화하였다.
“차량으로부터 안전한 ‘보행로 건널목’ 디자인 원리 4”
1. 영역성 인지 및 시각적 유도
인간의 시각은 환경의 밀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함.
- 비표준 패턴 사용: 익숙하지 않은 패턴(녹색 띠, 불규칙한 블록)은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하여 운전자의 인지 부하를 높이고 자연스러운 속도 저하를 유발.
- 차량 진입 폭 시각적 좁힘 : 중앙 패턴의 영역성을 좁게 강화하여 기존 아스팔트 영역보다 좁게 인식되도록 밀도감을 촘촘하게 배치하여 운전자에게 잔입로가 좁아진 듯한 착시를 일으켜 심리적 압박 유도.
2. Fitts의 법칙 응용 (Application of Fitts's Law)
시야가 목표물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목표물의 크기와 거리에 반비례함.
운전자가 조작할 수 있는 '공간'을 시각적으로 좁히거나 복잡하게 만들어 운전자의 정확도를 떨어뜨림. 조준 난이도 증가
- 포컬 포인트 focal point 가 많은 진입로 디자인 : 주차장 입구 디자인을 단순한 선이 아닌, 패턴, 볼라드, 조명 등으로 복잡하게 구성하여 운전자가 통과해야 할 '표적'을 복잡하게 만들어 속도저하 유도.
3. 멀티 휴먼 팩터 (Human Factors)
다양한 인지의 차이(과감각 반응등)에 대해 보펵적으로 기존 정보가 인지될 수 있도록 복합적 디자인 요소
- 다인지 디자인 적용 : 색상 경고는 다양한 색각 감각 소유자들도 인지할 수 있도록 명도차이, 채도차이, 색조차이를 유지, 색채 정보 외에 패턴, 조명, 행동유도 정보등을 복합적으로 보조적으로 제공.
4. 주의 분산 및 포착 원리
인간의 시각은 시야의 주 가장자리 감지 및 조명과 같은 요소에 먼저 반응.
- 외곽선 강화: 차도와 보도의 경계(외곽선)을 검은색이나 고대비 색상으로 처리하여 진입로의 '경계' 를 명확히 포착
- 조명 기둥 사용: 동적 빛을 활용하여 운전자의 시선(눈높이 90~100cm)이 정적인 도로 표면보다 우선적으로 집중 유도.
본 프로젝트는 용산구청과 이오디디자인, 홍익대학교 공공디자인연구센터, SEDG AI 공공디자인연구소, 그리고 기술적 지원은 한국 3M이 협력하는 협력적 거버넌스 모델로 운영되었다.
실증적 성과: 데이터로 입증된 행동의 변화
공공디자인 실험실 방식의 가장 큰 가치는 디자인의 효과를 정량적 데이터로 입증한다는 점에 있다. 약 4주간의 현장 관찰과 AI 영상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운전자 안전 행태(일시정지·대기 등): 약 2.5배 증가
운전자 위험 행태(보행자 무시 진입·급가속 등): 약 3.1배 감소
보행자 안전 행태(주변·반사경 확인 등): 약 2.6배 증가
보행자 위험 행태(스마트폰 주시 등): 약 2.5배 감소
운전자의 차량 일시정지 및 대기 등 안전 행태는 약 2.5배 증가한 반면, 보행자를 무시한 진입이나 급가속 등 위험 행태는 약 3.1배 감소하였다. 보행자 행태 변화: 보행자의 주변 확인 및 반사경 확인 등 안전 행태는 약 2.6배 증가하였고, 스마트폰 주시 등 위험 행태는 약 2.5배 감소하는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시설물 설치를 넘어, 디자인 요소의 형태와 배치 방식이 실제 인간의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실증한 것이다
시민 90% 이상 "공공 안전에 기여" 만족…확산 가능한 모델 구축
시민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았다. 현장 선호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91%가 이번 디자인이 공공 안전에 기여하며 보행자 안전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특히 이번 디자인을 통해 차량을 위해 보행자가 멈추는게 아니라 보행자가 멈추지 않고 이동하는 '보행 연속성'을 가장 잘 보장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차량이 시속 2.53km의 극저속으로 통제되는 부분이 나타났고 또한, 한국 3M의 기술적 지원으로 미끄럼 방지 기능 그래픽 노면필름 소재를 사용해 실험의 실효성과 안전 관리 효율성을 모두 잡았다.
공공디자인 실험실의 가치와 향후 과제
용산구의 사례는 애자일 공공디자인의 핵심 단계인 '탐색(Exploration) - 실험(Experimentation) - 확산(Expansion)' 프로세스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 시행착오의 최소화: 전면 도입 전 소규모 실험을 통해 정책 추진의 근거를 확보함으로써 행정적 시행착오를 줄였다.
* 실증 기반의 성과 중심: 규정 준수라는 절차적 정당성을 넘어, 실제 보행 안전도 향상이라는 '성과(outcome)'를 중심으로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제고하였다.
* 지속가능한 모델 발굴: 실험을 통해 검증된 실증내용을 행정, 전문가, 사용자가 공유함으로써 공공디자인 사업의 타당성을 확보하게 되고 이는 '차량 진출입로 공공디자인 매뉴얼'등으로 확장되는데 지속가능하게 작용될 것이다.
민첩한 디자인이 만드는 더 안전한 도시
애자일 공공디자인은 “빨리 해치우는 방식”이 아니라, 작은 실험의 학습을 ‘확산 가능한 표준’으로 전환하는 디자인 방식이다.
공공디자인은 더 이상 "고정된 방식으로 구현"되는 시설물이 아니다.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맞추어 끊임없이 실험하고,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며, 그 결과를 제도화로 연결하는 애자일한 대응이 필요하다. 용산구 보행로 건널목 프로젝트는 '보이지 않는 위험'을 '보이는 안전'으로 바꾸는 디자인의 힘을 공공디자인 실험실이라는 민첩한 틀 안에서 성공적으로 논증해 보였다.
이러한 실험적 접근이 표준화되고 제도적으로 정착될 때, 공공디자인은 ‘예쁘게 ’만드는 시설물 디자인이 아니라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디자인으로 더 많이 활용될 것이다.
프로젝트 개요
목적: 차량 진출입이 잦은 보행로 합류부에서 보행자의 안전을 강화하고, 운전자의 자발적인 감속과 양보를 유도하는 공공디자인 모델 구축 및 검증.
기간: 2025년 10월~12월 (행태 관찰 및 결과 분석 포함),
장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186 (이태원 KB빌딩 주차장 앞 보행로 구간)
참여: 용산구청, 한국 3M, 홍익대학교 공공디자인연구센터, SEDG AI 공공디자인연구소,이오디디자인
참고 문헌